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스크랩] 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4. 천신만고 끝에 만나본 자유의 여신상

거북이3 2011. 5. 17. 20:43

(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4)

    천신만고 끝에 만나본 자유의 여신상                                                                                  이   웅   재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는 한창 영화 촬영 중이었는데, ‘지나가는 사람 3’ 정도의 출연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잔뜩 기대에 부풀어 보기도 했으나, 내 그러한 ‘탐욕’은 무위로 끝나고 말아 애석하기가 그지없었다.

 관세청 앞 작은 공원에는 조지 워싱턴 동상이 서 있었다. 최초로 원주민이었던 인디언하고 공짜나 다름없는 땅 거래를 했던 곳이란다.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건물을 지나가면서는 강을 복개한 곳에 있는 건물에서 아주 기특한 일도 하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할 것을 마음속으로 명해 보기도 하였다. 불원간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오른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내 피나는 노력(?) 때문이었다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1653년 이곳에 이민해온 네덜란드인들이 인디언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쌓은 성벽(wall)에서 유래했다는 월스트리트(Wall Street), 요즘에 와서는 세계금융가의 중심이 되어버린 곳을 아쉬움으로 작별하니, 새로 내 눈 앞을 막아서는 것은 ‘Watch Tower’, 여호와의 증인 본부란다. 믿는 사람들에게는 성지(聖地)이겠지만, ‘주(酒)님’만을 열심히 믿는 나에게는 별무감동(別無感動)이라서 ‘자유의 여신상’을 보기 위해 35$짜리 ‘Water Taxi’를 타러 갔다.

 바람은 세차게 부는데, 줄은 한정 없이 길었다. 게다가 우리 가이드, 미리 예약을 하여 놓지 않은 때문에, ‘세월아 네월아’를 읊을 수밖에 없기에 슬슬 민정시찰을 나서 보았다. 부두 앞 광장에는 우리나라 6,70년대의 냉차 장수 같은 음료수 판매 리어카가 있는데, 위생 상태가 엉망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그걸 사먹는 사람들이 상당수 보였다. 여기가 뉴욕, 그것도 맨해튼이란다.

 우리 일행의 자유의 여신상 알현은 곡절이 많았다. 어쩌다 늘어선 줄이 짧아져서 요번엔 탈 수 있겠지 기대를 키워 보지만, 일행 23명 중 빈자리가 20석밖에 없어서 또 못 탔다. 은근히 울화가 치밀기도 했지만, 전적으로 정원을 무시하여 대참사로 이어졌던 신안 앞바다 사건과 같은 일들을 생각하면, ‘원칙을 지키는 나라’가 부러워지기도 했다. 다시 예약 손님들이 몰려 닥쳐서 흥부가 매품 팔러 병영에 갔다가는 ‘비교 밀리어서’ 태장(笞杖) 한 개 못 맞고서 빈 손 쥐고 돌아왔다는 말처럼, 순서에 밀리어서 못 타고 말았을 때는 ‘무슨 놈의 말라비틀어진 자유의 여신상’이냐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그 ‘여신’을 가리켜 ‘골빈 여자’(동상의 머릿속은 텅 비어 있으므로)라고 한다는 비아냥대는 말에 나도 동참하기로 했다.

 가까스로 ‘얻어 탄’ Water Taxi는 Watch Tower를 오른쪽에 두고 전진하고 있었다. 배의 양쪽 옆 해안에 있는 건물들은 똑같이 생긴 것들이 없이 모두가 개성적인 것을 보고는, ‘그래, 여기는 분명히 미국이로구나!’ 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신이 들고 있는 것은 횃불과 책, 횃불은 자유를 상징하는 것일 게다. 여신상이 세워져 있는 섬도 리버티 섬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면 책은 무엇인가? 그 책의 겉표지에는 7월 4일이 명기되어 있어서 그 여신상을 기증한 프랑스가 미국의 독립 100주년을 축하해 주기 위함임은 알 수가 있지만, 그 책에 적혀 있는 내용이 실제로 어떤 것인지는 펴볼 수가 없으니 알 도리가 없단다.

 여신상이 머리에 쓰고 있는 관에는 삐죽삐죽 솟은 7개의 뿔이 있는데, 이는 7대양 7대주를 상징한다고 하니, 공짜나 다름없이 얻은 땅에서 전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야욕을 가진 미국은 정말로 대단한 나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한편, 자유의 여신상이 올라서있는 대좌 부분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그것을 타고 동상의 내부 꼭대기로 올라가면 전망대와 여러 가지의 편의시설마저도 갖추어져 있어서 사람에 따라서는 자유의 여신상을 건물이라고 박박 우기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나도 한 번쯤 그 엘리베이터를 타 보고 싶기는 했지만, 지금 은 패키지여행 중이고, 이 여행에서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 섬에마저도 갈 예정이 없었다. 해서 나는 그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적어도 3시간은 기다려야 하는데, 그럴 만한 시간이 있으면 시차(時差)로 인해서 졸린 처지, 차라리 잠을 자두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야, 하는 핑계로 그와 같은 생각을 깨끗이 지워버렸다.

 배는 멋진 다리 밑을 지나간다. 불루클린(Brooklyn)과 맨해튼을 연결하는 이 다리는 1883년 완공되었으며 개통된 뒤 2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큰 현수교였다. 다리의 안쪽은 대서양, 바깥쪽은 이스트(East) 강이란다. 처음 강 가운데 물살이 거센 지점들을 교각 없이 다리를 놓겠다는 존 로블링(John A. Roebling)의 계획은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었었다. 더구나 다리를 건설하던 도중 불의의 사고로 로블링이 죽게 되자, 그의 아들 워싱턴 로블링(Washington A. Roebling)이 뇌까지 다친 상태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리의 공사 인부들의 급료를 5배로 올려주면서 완공을 하였단다.

 이 다리로 인하여 맨해튼은 별 볼 일 없던 섬에서 일약 뉴욕의 중심가로 떠오르게 되었고, 지금은 대부호나 세계적 금융인, 그리고 로큰롤 가수 등 연예인들이 거주하는 미국의 부촌, 세계적 이목이 쏠리는 도시로 탈바꿈을 한 것이다. 명당의 입지조건에서 ‘교통’ 문제를 필수 요건으로 꼽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 바로 이런 데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겠다.

 뉴욕은 알 수 없는 도시이다. 세계의 정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도시, 세계의 유행을 이끌어가는 문화 예술의 도시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어설프기 짝이 없는 도시이니 말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곳은 잡탕문화가 판을 치는 도시이다. 인구 800여 만 명에 전 세계 의 다양한 180여 인종이 살고 있으며,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만도 100가지가 넘는다. 그러다 보니 Broken English가 제일 빛을 발하는 곳이기도 하다. “I 'm no English.”가 통 하는 곳이라는 말이다. 정식 영어는 오히려 부담스러운 곳이란다.

 지금 나는 뉴욕에 와 있다.

출처 : 이음새 문학
글쓴이 : 거북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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