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49) ‘욕심이 과한 성철 스님’과 루이스 호수의 경관을 감상하다

거북이3 2012. 3. 30.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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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49)

 

      ‘욕심이 과한 성철 스님’과 루이스 호수의 경관을 감상하다

                                                                                                                                                                                        이 웅 재

 

 

4월 18일(월) 하루 종일 맑은 날씨. 저녁 늦게야 흐리고 눈 약간.

이곳 날씨 치고는 모처럼 활짝 갠 청명한 날씨였다. 호텔 창문 밖으로 바라다보이는 Rocky 산의 봉우리 하나가 사람의 모습을 하고 나를 내려다본다. 마치 어제의 짓궂었던 날씨가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 같았다. 그 산봉우리 근처에만 몇 조각 흰 구름이 전체 그림의 구도를 위해서인 듯 유유히 흐르고 있었고, 호텔 방에서 보이는 하늘은 그저 파아랗기만 하였다.

엊그제의 피곤을 풀기 위해서 늦잠을 자고 9:30쯤에야 호텔을 나섰다. 처음 잡으려고 했다가 아침밥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해서 예약하지 않았던 Mountain Royal Hotel 근처의 여행 안내소에서 지도를 구해 와서 그 지도를 보면서 Banff 일대의 명소를 탐승하기로 하다.

왼쪽으로 밴프고등학교가 보인다. 그런데 예상을 벗어나는 것은 운동장이 따로 없다는 점이었다. 어느 나라보다도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는 캐나다에서 운동장 없는 학교를 본다는 것은 뜻밖의 일이었다. 아마도 천연적인 자연 그대로인 Banff 전체를 운동장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밤새 내렸던 눈은 어디로 갔는지 없었다. 잔설의 모습은 처음 오던 날의 모습에서 달라진 것이 없었다. 워낙 눈이 많이 내리는 지방이라서 제설의 기술이 뛰어나서일까?

우리는 Lake Louise부터 탐승하기로 하고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의 국도를 택해서 차를 몰았다. 그쪽의 경치가 더욱 좋다고 하여서였다. 가다 서서 경치 감상, 사진 찍고, 또 가다 서서 경치 감상, 사진을 찍고 하면서 편도 1차선 도로로 접어들었다. 우리의 뒤로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리가 쉬는 곳들을 따라 멈춰서서 함께 경치 감상을 하기도 했다.

오른쪽 바위산이 Castle Mountain인 듯한데, 차가 움직임에 따라 바위산의 모습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Castle Lookout(전망대)의 표지를 따라가 보니 조금 가다가 쌓인 눈으로 해서 찻길은 막히고 걸어서만 갈 수가 있었다. 앞산은 연한 초록, 진초록, 회색빛이었고, 구름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산은 눈 덮인 흰 산이었다.

좁은 길. 양쪽 길옆으로는 사람 키 4-5길쯤 되는 곧게 뻗은 나무들. 슈팅 게임의 원조 갤러그(Galaga)를 할 때 휙휙 지나가는 느낌을 주는 길이라고 했더니, 아내가 맞장구를 친다.

“맞아 맞아. 갤러그 하면서 밤 2시까지 지내기가 다반사였지.”

왼쪽으로는 우리 길과 나란히 철길이 나 있고, 그 아래로는 시냇물이 흐르고, 그리고는 울창한 숲과 여러 겹의 산과 산. 드디어 The Fairmont Chateau Lake Louise Hotel에 도착하였다. 대충 내부 구경을 하고 로비에 있는 식당에서 일부러 맛을 보기 위해서 아이스크림, 커피, afternoon tea, 녹차 등을 시켜 먹고 마시고, 흐르는 시간을 즐기면서 앞쪽으로 바라다보이는 호수와 눈 덮인 산들을 감상하였다.

여기가 Louise Lake, 밴프에서 약 60km 떨어진, 밴프 국립공원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세계 10대 절경 중에 하나라는 곳이다. 길이 2.4Km, 폭은 딱 그 절반인 1.2Km, 최대 수심 70m로서, 호수의 뒤쪽으로 빙하를 안고 있는 3,464m의 빅토리아산의 빙하가 녹아 흘러내려 이루어진 호수, 원주민 인디언은 이 호수를 ‘작은 물고기의 호수’라고 불렀다고 한다. 호수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철도 측량기사인 Tom Wilson(1859-1933)이며, 그는 이 호수를 ‘에메랄드 호수’라고 불렀으나, 후에 빅토리아 여왕의 넷째 딸 루이스 공주의 이름을 따서 루이스 호수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녹차를 마셔보던 종한이가 말한다.

“보리차 맛이네.”

그런 걸 돈 주고 사 먹느냐는 핀잔같이 들린다. 임서방과 딸내미가 지도를 보면서 여기는 무슨 산, 여기는 무슨 호수 하면서 종한이에게 가르쳐 주었더니, 종한이 왈,

“난 그런 거 몰라.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지.”

성철 스님이 환생을 한 걸까? 그러는 종한이에게 외할머니가 말한다.

“아이스크림, 할머니 좀 주지.”

“너무 차가워서 못 먹어.”

성철 스님 치곤 욕심이 과하신 것은 아닌지?

이어서 지하 2층을 구경했다. 한쪽 벽면에는 Louise 초상화가 있었는데, 미인(美人)이었다. 하긴 나는 여태껏 미인 아닌 공주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의류판매 여점원은 한국인이었다. 이곳의 스웨터는 페루에서 만들어 온다고 한다. 호텔에서도 아이들에게 그림을 주었다.

호텔 앞쪽으로 나가니 까마귀 한 마리가 요란하게 울었다. 그 소리에 놀라서였을까? 서영이가 넘어진다. 내가 말했다.

“서영이가 드디어 캐나다에다가 땅을 샀습니다.”

종한이도 뒤질세라 눈길에 미끄러져 넘어진다.

Louise Hotel 앞쪽 경치를 조금 더 감상하다가 우리는 Field를 향해 떠났다. 조금 지나니 Yoho National Park가 나오는데, 그곳의 마을을 빙 돌아도 제 철이 아니라서인지 문을 열어놓은 음식점은 없었다. 다시 차를 몰아가니 The Kicking Horse River Valley의 Natural Bridge가 나타난다. 무르팍까지 올라오는 눈 속을 헤치고 산속으로 들어가니 철(鐵)로 만들어놓은 다리가 있고 그 다리를 조심조심 건너가니 계곡물이 흘러가는 가운데 바위굴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그 바위굴을 이루고 있는 바위는 계곡을 가로질러 이어져서 마치 자연이 건축해 놓은 다리와 같았다.

우리는 다시 Emerald Lake로 갔다. 이곳의 쓰레기통들은 그냥 손잡이만 잡아당겨서는 열리지를 않고, 뚜껑 아래쪽에 있는 볼록한 것을 눌러야지만 열린다. 아마도 곰과 같은 야생동물들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인 듯했다.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동네 쪽으로 오다가 일식집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여종업원이 한국인이었다. 이제는 어디를 가나 한국인들을 만나기가 쉬워졌다. 동네로 들어오다가 Caribou St. 근처에서 사슴을 만났는데, 동네에 들어와서도 또 사슴을 보았다. 이제는 사슴도 어디를 가나 만나기가 쉬워지나 보았다. (2012.3.29. 원고지 16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