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문화 체험기

안주도 없이 맥주 한 잔 시켜놓고 수다 떠는 프랑스 사람들

거북이3 2016. 2. 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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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유럽 문화 체험기 13)
              안주도 없이 맥주 한 잔 시켜놓고 수다 떠는 프랑스 사람들
                                                                                                                                              이   웅   재


  몽마르트르를 떠난 우리는 이번에는 여자 분들이 좋아하는 ‘쁘렝땅(printemps)백화점’으로 갔다. 도중에 물랭루즈(Moulin Rouge)의 선정적인 빠알간 간판을 보았는데,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나는 그때까지 ‘물랭루즈’에 대해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은 더러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곳인지 알지는 못했었다. 나중에 인터넷을 통해서 알아보니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을 ‘꼬시기’ 위하여 치마를 무릎 위까지 훌러덩 벗어 올리며 어설프면서도 야한 캉캉 춤을 추던 곳이라고 했다. 그러한 내용을 접하게 되니, 샴페인이 무제한 제공된다는 점 때문에 90점 이상으로 평가를 했던 그동안의 ‘물랭루즈’애 대한 이제까지의 관념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공연료가 무려 200유로 정도나 된다고 하니 정나미가 딱 떨어졌다.
  ‘쁘렝땅백화점’에는 ‘버버리’와 ‘샤넬’ 매장을 필두로 하여 ‘스와로브스키(Swarovski)’ 매장 등이 있었다. 남자들이야 당연히 소파에 앉아 빈둥대는 신세였지만, 이상하게 여성 분들도 별로 물건을 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우리 마나님께서도 ‘스와로브스키’의 반지 등 액세서리를 상당히 좋아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매장을 돌아보느라 다리만 아팠다고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런 반응은 무척 이례적이었다. 더구나 돈이란 종잇조각에 불과한 것일 뿐, 늘 곁에 두고 즐길 수 있는 것이 보석이나 액세서리라는 가이드의 은근한 충동에도 ‘오불관언’으로 지나치는 우리 일행들을 대하면서, 아하, 한국인들도 이제는 제대로 관광을 즐기는 사람들이 되어 가는구나 하는 생각까지 가지게 되었다. 3시가 조금 지나서는 ‘프라다’ 매장에도 들렀지만, 역시 모두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일행은 다시 아까 버스 차창으로만 보았던 샹젤리제 거리, 콩코드 광장 등을 둘러보았다. 가이드가 말했다.
  “화장실 가실 부운! 맥도널드 화장실은 무료입니다. 하지만 길게 줄을 서야 합니다. 그런데 카페에서 커피 등을 한 잔 사서 마시면 줄을 서지 않고도 쉽게 이용할 수가 있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마시는 커피는 조금 비싸지만 서서 드시는 것은 쌉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서서 마시는 커피를 주문했고, 따라서 편안하게 화장실을 이용하고서는 느긋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별 거 아니지만 ‘돈’이라는 것의 위력을 실감하게 만들어 주는 일이었다. 우리는 지하도를 걸어서 ‘개선문’도 구경하고 왔고, 길가의 ‘어릿광대’의 흥미로운 행태도 구경하면서 사진들을 찍었다. 피에로(pierrot)로 분장한 광대는 지나가는 젊은 여자들을 한 바퀴 돌리면서 팔짱을 끼고 함께 가는 척하기도 하고, 사진도 같이 찍는 등 구경꾼들의 혼을 쏙 빼놓고 있었다. 그렇게 혼이 빠져버려서인지, 분명 사진 몇 장을 찍었는데,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샹젤리제 거리의 노천 카페에는 커피나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 친구들은 맥주도 커피처럼 한 잔만 시켜놓고는 생각날 적마다 조금씩 홀짝홀짝 마시면서 마구 수다만 떨고 지냈다. 그러다 보니 그들에게는 나처럼 ‘술 마시고 안주 안 먹으면 삼대가 망한다’는 식의 ‘안주’라는 개념이 없는 것 같아 보였다. 카페에서도 한국인들을 맞을 때에는 안주 서비스를 하기도 한단다. 왜냐고? 자국인들처럼 쩨쩨하게(?) 맥주 한 잔으로 시간만 질질 끌지 않고 ‘부어라, 마셔라’ 와장창 마시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들이 우리보다 여유롭지 못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다르게 생각하면 그들이야말로 여유를 즐기며 사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미국의 경우 특히 뉴욕대학교 같은 학교는 교사(校舍)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어디가 대학교 건물인지 알기가 힘든 측면이 있는데, 유럽의 대학들도 어느 것이 대학교 건물인지를 알기가 힘들었다. 더군다나 운동장이 따로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더욱 그랬다. 나는 이제껏 운동장이야말로 ‘모든 가능성의 학습 장소’이며, 따라서 학교라면 꼭 있어야 하는 시설로 여겼다. 이제 나의 고정관념을 바꾸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운동장보다도 더욱 현실을 생생하게 학습할 수 있는 공간, 그것은 바로 있는 그대로의 생활공간이 아닐 것인가?  단, 그것은 선생님들이 얼마만큼 학생들을 현실과 접목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가 중요한 변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들의 임무가 그만큼 막중하다는 말이다.
  이제는 프랑스 고딕 건축의 정수라고 하는 노트르담(Notre-Dame) 대성당을 둘러볼 차례다. ‘노트르담’이란 ‘귀부인’을 뜻하는 말로 ‘성모 마리아’를 의미한다고 한다.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 때문에 널리 알려졌는데, 그 원제는 ‘파리의 노트르담(Notre-dame de Paris)’이었다. 어렸을 때 버려진 노트르담 대성당의 꼽추 종지기인 콰지모도와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 그리고 겉으로는 성스러운 성직자이지만 속으로는 추악하기 그지없는 프롤로 부주교 사이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로, 나도향(羅稻香)의 ‘벙어리 삼룡이’와 은근히 플롯과 캐릭터가 유사하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노트르담 관련 사진은 전체 건물 사진 하나밖에는 없다. 이후에는 핸드폰의 배터리가 다 되어 버려서 한 컷도 찍지 못했다. 여유 배터리는 문이 닫혀 있는 관광버스 안에 있었다. 해서 광장을 요란스럽게 휘젓고 다니는 집시의 매력적인 모습도 눈으로만 지켜보았고, 그 웅장한 모습의 성당 내부도 고스란히 머릿속에만 담을 수밖에 없었다. 성당 내부는 전반적으로 어두웠다. 그런 가운데 여기저기 촛불이 어스름한 빛을 밝히고 있었다. 어두움 속의 희미한 불빛, 그래서일까, 정숙한 분위기가 내부 전체를 휩싸면서 엄숙한 느낌을 받도록 만들어주었다. 사람들은 3유로를 내고 촛불을 사서 소원을 빌며 불을 댕긴다. 성물판매도 하였다. 돈은 종잇조각이거나 쇳덩어리에 불과하였지만, 성스러움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물건이기도 하였다.   (16.1.27. 1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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