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문화 체험기

[스크랩] (서유럽 문화 체험기 15)

거북이3 2016. 2. 3. 12:39


첨부파일 서유럽 문화 체험기 15. 세상에서 가장 호화로운 감옥 꽁시에르주리.hwp



     (서유럽 문화 체험기 15)
            세상에서 가장 호화로운 감옥 꽁시에르주리
                                                                                                      이   웅   재

  우리는 또 하나의 파리를 체험하기 위하여 버스를 탔다. 센 강 야경 투어에 나선 것이다. 유람선 ‘바토무슈(Bateaux-Mouches)’에 몸을 싣고 유유히 흐르는 센 강의 강물과 함께 흘러가노라면 노트르담,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꽁시에르주리(Conciergerie) 감옥, 미라보(Mirabeau) 다리들을 볼 수가 있다.
  유람선에서는 와인 한 잔도 제공한다. 와인 잔을 입술에 대었다 떼었다 하면서 한 시간이 조금 넘게 약 15km를 왕복하다 보면, 온갖 상념이 다가왔다 사라지곤 한다. 바토무슈는 그렇게 지구를 5번 돌 수 있는 거리를 운행했다. 승선권의 정상가는 10유로, 차를 가지고 오는 사람에게 주차비는 따로 받지 않는다.
  센 강에는 40여 개가 조금 못 되는 다리들이 있다. 그 다리 하나하나가 모두 걸작품들이다. 가장 오래된 다리는 ‘퐁 네프(Pont Neuf) 다리’인데 ‘새로운 다리’란 뜻이라고 한다. 가장 오래 된 다리가 지금까지도 가장 새로운 다리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로 잘 알려진 다리이기도 하다.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다리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Le pont Alexandre III)’다. 웅장한 느낌을 주는 기둥 위에 있는 황금상의 조각은 그리스 신화의 여신과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Pegasus)라고 한다. 야경으로 바라보는 페가수스는 당장이라도 하늘로 날아올라갈 것 같은 모습이었다.
  우리들에게 제일 널리 알려져 있는 다리는 아마도 ‘미라보(Mirabeau) 다리’가 아닐까 싶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르네.’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의 ‘미라보 다리’의 일절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는 화가인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과 5년간의 열애를 하였지만,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그는 어느 날 루브르 박물관에서 걸작 ‘모나리자’를 훔친 혐의로 투옥이 되었고, 애인 로랑생은 그에게 결별 선언을 하고 떠나 버렸다. 그는 나중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실연의 아픔과 함께 주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은 견디기가 힘들었다. ‘미라보 다리’는 그가 신세 한탄을 하며 지나가다가 지은 시이다. 로랑생도 그에 못지않은 아픔을 지녔던 것일까? 그녀의 그림에는 남성이 등장하는 일이 없었으며, ‘죽은 여자보다 더 불쌍한 건 바로 잊혀진 여자’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기욤 아폴리네르, 그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다친 후, 그만 ‘스페인 독감’에 걸려 38세의 젊은 나이로 한 많은 이 세상에 하직을 고한다. 사실 이 다리는 교각에 몇 개의 인물상이 양각되어 있기는 하지만, 다리 자체로는 별 볼거리가 못 된다는 생각을 하며 기욤 아폴리네르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대부분의 다리들에는 교각에 온갖 종류의 인물상들이 조각되어 있다. 다리뿐만이 아니다.
서유럽에서는 다리이거나 건물이거나, 성당에도 광장에도, 어디를 가던 인물상이 많다. 그만큼 사람을 중시한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있던 동상마저도 부숴버린다. 지금 어디를 가도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의 동상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은 별로 없다. 어쩌다 남산 자유센터 같은 곳에서나 대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사람을 무시하면, 그 사람들이 엮어가는 역사는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 지하자원, 천연자원도 부족한 나라에서는 사람만큼 중요한 자원이 어디 있을 것인가?
  파리 야경 투어에서는 멋진 다리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센 강은 파리의 중심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명소들은 이 센 강에서 모두 볼 수가 있다. 사실 한강과  비교한다면 센 강은 강폭도 좁고 강물도 탁해서 강 자체로서는 별 볼품이 없다. 18세기 말까지만 해도 강 양안으로는 우리처럼 아파트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걸 모두 철거해 버렸다. 그리하여 지금처럼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 많은 건물들이 파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한없는 얘기를 들려주고 있으니 부럽기가 그지없다.
  그 많은 건물 중 꽁시에르주리(Conciergerie)를 보자. 파리 최초의 궁전으로 왕실을 위한 전용 공간으로 사용되었던 이 건물은 프랑스 혁명 이후 감옥으로 사용된 곳이다.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도 처형되기 전 이 으리으리한 감옥에서 지냈다고 한다. 으스스하고 무시무시한 곳이 감옥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감옥이기도 하다. 영화 ‘페어웰, 마이 퀸(Farewell My Queen)’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의 계단을 오르면서 잘못하여 사형 집행인 샤를 앙리 상송 (Charles-Henri Sanson)의 발을 밟았다.
 “미안해요, 고의가 아니었어요.”
 이 말은 그녀가 이 세상에서 한 최후의 말이 되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고의가 아닌 일들을 저지르게 되고, 그 때문에 벌어지는 때로는 작고 또 때로는 큰일들과 부딪치며 살아가고 있을까?   (16.2.3. 15매)




















출처 : 이음새 문학
글쓴이 : 거북이 원글보기
메모 : "이음새문학"에서 스크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