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아파(牙婆)와 염상(鹽商)

거북이3 2017. 3. 27. 08:51


3.26.아파(牙婆)와 염상(鹽商) ).hwp


          아파(牙婆)와 염상(鹽商)

                                                                                                                                                           이 웅 재

  대선 정국이 시끄럽다. 가짜 뉴스(Fake News)가 판을 친다. 뉴스(News)라면 흔히 소식, 소문이라고들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New’는 ‘새롭다’는 뜻일 터이니, 거기에 복수를 나타내는 ‘-s’가 붙었다면 ‘새로운 소식들’, 곧 ‘새로운 정보들’을 의미하는 말이라 하겠다. 따라서 ‘뉴스를 만들어내는 자’, 곧 ‘뉴스 Maker’는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란 뜻일 것이다. ‘만들어낸다’는 말은 때로는 있는 그대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까지를 내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했다. 뉴스의 중요성을 십분 반영시킨 말이기는 하지만, ‘만들어낸 것’ 곧 ‘허위’에 대한 대비책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은 말이라서, 그 말의 중요성이 반감된다.

  예전의 정보 전달자에는 아파(牙婆)와 염상(鹽商)이 있었다.

  아파(牙婆)는 ‘방물장수’다. 시골 구석구석마다 찾아다니면서 방물을 팔던 행상, 주로 노파들이 많았다고 해서 ‘아파’라 한다는데, 삼국시대부터 있었다고 하니 그 역사가 오래다. 주로 노파들이 외부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여인들의 필수용품인 연지, 분, 머릿기름 등 화장품을 비롯한 거울, 빗 등의 화장에 필요한 용구, 비녀 등 장식물 및 바느질 관련 물건과 패물 따위의 물건들을 가가호호 방문 판매를 하였다. 여염집 여인들은 그 ‘아파’에게서 세상물정을 얻어듣곤 했다.

  염상은 ‘소금장수’다. 소금은 음식물의 맛을 내는 데 필수적인 요소, 그래서 예로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다. ‘평양 감사보다도 소금장수’라는 속담이 있는가 하면, 까닭 없이 싱글벙글 웃는 사람을 보고는 ‘소금장수 사위 보았나?’라고 할 정도였으니, 소금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던가를 알고도 남음이 있겠다. 소금은 ‘백색의 금’이다. 고대 로마 병사들의 월급은 살라리움(salarium)이라는 소금으로 주었다고 한다. 오늘날 월급을 뜻하는 샐러리(salary)의 어원이다.

  아파도 웬만한 시골구석까지 골고루 누비고 다니는 편이었지만, 소금장수야말로 심심산골까지도 발길 닿지 않는 곳이 거의 없었다. 먹고 살기조차 바쁜 사람들에게는 화장 따위가 무시되는 수가 더러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음식 맛을 내는 데에 꼭 필요한 소금은 먹고 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식재료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파’는 대부분 할머니들이라고 했으나, 염상은 소금 가마니를 지고 다니려면 힘깨나 쓸 줄 아는 건장한 사내들이라야만 가능했기에 깊은 산골짜기라도 조금만 노력하면 갈 수 있는 건강이 있었고, 그런 곳이라면 가격도 훨씬 후하게 쳐서 받을 수가 있었으므로, 그들의 발길이 미치지 않는 곳은 별로 없었다.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소식)는 사적(私的)인 것이요, 게다가 일방적이고 때에 따라서는 불확실한 내용으로 ‘소문’으로서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 내용들도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한 단점을 보완하고자 근대 사회에 접어들면서 생겨난 것이 비교적 공적인 형태를 지니면서 생겨난 것이 ‘News’가 아닐까?

  News의 특성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학 시절, ‘신문학특강’에서였던가? 개가 사람을 물어서는 뉴스거리가 못 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그건 뉴스거리라고 하였다. 아마도 뉴스란 일상성을 벗어난 특이성, 또는 예외성이 있는 것이라야 한다는 말이었을 터인데 지금도 그것은 내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아 있는 뉴스의 특성 중의 하나이다. 인터넷에서 ‘뉴스의 특성’을 찾아보았더니, 보통 시의성, 예외성, 근접성, 영향성, 저명성 등을 꼽고 있었다. 어째서 정확성, 공정성은 거론되질 않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뉴스의 생명은 ‘공정성’에 있다. 그것을 파괴시키는 것이 바로 ‘가짜 뉴스’다. 가짜 뉴스는 검증이 안 된 사적(私的)인 것이 공적(公的)인 일에까지 파고들게 되기에 문제가 심각하다. 어떤 사람은 그것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틀림없이 당선될 것이라고들 믿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선거에서 낙마하기도 했다. 물론 상대방은 그것 때문에 당선이 되었다. ‘새것(New)’들이기에 검증이 안 되었고, 따라서 그 영향력은 어떠한 방향으로 튈지를 모르기에 문제가 심각할 수 있는 것이다.

  공정해야 한다.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 우리들은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그러다 보니까 다른 사람 눈의 티끌은 보면서도 내 눈의 들보는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대선 정국이 시끄럽다. 서로가 상대방의 티끌만 보려고 한다. ‘촛불’도 ‘태극기’도 제 눈의 들보는 애써 외면한다. 촛불 시위는 광우병 때에도 지나쳤다. 태극기 시위는 나라를 되찾자는 시위하고는 거리가 먼 일에 태극기를 등장시켰다. 그리고 그것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 ‘가짜 뉴스’다. 가짜는 항상 ‘그럴듯함’으로 포장된다.

  모두가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 너도 나도 ‘공정’해야 한다. 이제는 모두가 ‘그럴 듯한 뉴스’라면 한 번쯤 되짚어보고 확인해 보는 ‘나름대로의 기준’을 바로 세워야 할 때이다. 다음 번 대통령은 최소한도 ‘탄핵’을 당해서는 안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파와 염상의 그 사적(私的)인 것이면서도, 일방적이고 때에 따라서는 정제되지 못한 불확실한 내용으로 전달되는, 원초적인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던 그 ‘소문’으로서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 ‘소식’이 차라리 그리워지는 이유이다.


3.26.아파(牙婆)와 염상(鹽商) ).hwp
0.03MB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하철 풍경 두울  (0) 2017.04.02
지하철 풍경 하나  (0) 2017.04.01
행복해지는 방법  (0) 2017.03.23
주꾸미열전  (0) 2017.02.15
이게 나라냐→이게 나라다  (0) 2017.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