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효도, 그거 해야만 되는 건가요 이 웅 재

거북이3 2020. 12. 7. 13:40
20.12.6. 효도, 그거 해야만 되는 건가요.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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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은 그 어느 세대보다도 자신에게 충실한 세대다. 자신 이외에는 별 관심이 없다. 효도? 그건 케케묵은 봉건시대의 낡아빠진 관습쯤으로 치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누가 낳아 달랬어요?” 부모가 낳아주고 키워줬으니 그걸 갚아야 한다고? 어림 반 푼도 없는 얘기다. 그렇다면 살든 말든 내팽개칠 걸 그랬나? “낳았으니까 책임져야 하는 건 당근 아녜요?” 글쎄, 그럴 것 같기도 한데…. 효경(孝經)에는 효도의 ‘처음과 끝’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효도의 처음은 내 몸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터럭 하나라도 헐게 하여서는 안 된다(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毀傷 孝之始也)고 하였다. 말하자면 자신의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교통사고를 당해서도 안 되고, 몹쓸 병에 걸려서도 안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싸워서 상처를 입어도 불효가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다친다든가 하는 일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건강 같은 것 나 몰라라 하고 지내다가 건강을 해치는 일은 불효라고 하였다. 그러면 효도의 끝은 무엇인가? 몸을 세워 도를 행하여 후세에 이름을 남겨 부모의 이름을 드러내는 것이 효도의 마침이라고 했다(立身行道 揚名於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 말하자면 자신이 입신양명(立身揚名)하는 것이다. 자신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말이다. “은행나무집 아들은 요번에 ○○대학에 들어갔다며?” “거, 사고파수퍼집 막내딸은 여자로선 보기 드물게 파일럿이 되었다는군 그래.” 여기서 ‘은행나무집’또는 ‘사고파수퍼집’이 들먹여지는데, 이게 바로 부모의 이름을 드러내는 일이 된다는 것이요, 그게 바로 효도의 마지막 종착점이 된다는 말이다. 생각해 보자. 효도란 결국 자신이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 그 시발점이요, 자신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 그 도착점이 된다는 것이다. 모두가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다. 그러니까 그러한 일은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꼭 부모님의 어깨를 주물러드려야만 효도를 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부모님께 철마다 보약을 지어다 드려야만 효도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부모님 걱정시켜 드리지 않고, 자신이 건강하게, 훌륭하게 살아가면 ‘효도 땡’이 된다는 얘기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여, 우리 다 함께 효도합시다. (2000.8.25.금→2020.12.6.8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