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바다

(고전의 바다) 주계(酒戒) 2

거북이3 2006. 8. 21. 13:28
 

 (고전의 바다) 주계(酒戒) 2

                                        이  웅  재  발췌 협평(夾評)


 주정뱅이에게 시비를 받은 자는 말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양보하고 항복해 버리지만, 그것은 다만 성가시기 때문이지 결코 존경해서가 아닌 것이다.(그거야 당근이지.) 그리하여 신하가 군주에게, 아들이 부모에게 결례를 범하고, 나이가 어리고 신분이 낮은 자가 장로(長老)에게 불손한 언동을 한다.(늙은 것두 자랑이냐 하면서 대든단 말이지?) 상대의 진지한 말을 악의로 받아들이고, 충고를 모욕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도 술에 취한 탓이며, 후에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는 것도 생각하지 않고 칼을 함부로 뽑거나, 앞뒤 사정도 돌보지 않고 몽둥이를 마구 휘두르는 일도 있다.(에이! 그건 조직 폭력배, 아니면 정치하는 높으신 분네들에게나 해당하는 일이지 우리 같은 서민이야 기껏 파출소에 끌려가서도 경찰에게 ‘내가 누군지 알아?’ 하면서 허풍 떨어보는 정도에서 그친다구.) 그러므로 피로써 피를 씻는 원수지간이 되고, 마침내는 사형(死刑)의 화를 스스로 불러들이고 만다.(그건 우리들 얘기가 아니라니까 그러네.)

…(중략: 재미없는 얘기가 한 동안 나와서 빼 버림. 글 쓰는 사람들은 이 점에 유의해야 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좋아지면 술을 끊는 사람은 없다.(그건 죽음에 한 발짝 다가가는 것이니까. 담배 끊으면 일망[一亡]이요, 술 끊으면 이망, 여자 끊으면 삼망, 밥 끊으면 사망[四亡 = 死亡]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커다란 술잔을 받아들게 하고, 잔에 철철 넘치도록 술을 따른다.(으흠, 그래야 정이 넘치지.) 상대방이 마실 것인가 못 마실 것인가는 상관하지 않는다. 다만 조금이라도 남기지 않았는가만 주시하고 한 방울의 액체까지도 살펴본다.(그럼, 돈 주고 산 건데…) 혹 마시는 것이 더디면 “나를 깔보는 것인가” 하고 빈정댄다. 윗사람에게 술잔을 넘치도록 따르게 되면 공손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박정(薄情)한 것이 되고 만다.(정확한 단어를 찾아 쓰라구. 그런 건 ‘박정하다’구 하는 게 아니구, ‘무례하다’구 하는 거라구.)

…(다시 중략: 아까도 알려 줬는데, 또 지루한 말만 나오네.)…

 옛날 의적(儀狄)이 발명한 술을 하(夏)의 우왕(禹王)이 맛보고 너무 달다 하여 이를 배격했다. 우왕은 그리하여 발흥할 수 있었다. 하의 걸(傑)과 은(殷)의 주(紂)는 지게미로 둑을 쌓고 주지(酒池)를 만들었지만, 그 때문에 망하고 말았다. 풍후(豊候: 주나라 成王 때의 제후)는 술통을 등에 메고 술잔을 입에서 놓지 않았기 때문에 사형에 처하게 되었고, 유표(劉表: 後漢 말기의 군벌)는 백아(伯雅), 중아(仲雅), 계아(季雅)라고 하는 세 개의 커다란 술잔을 옆에 놓고 지냈기 때문에 신세를 망치고 말았으며, 유송(劉松: 삼국 시대 袁紹의 막하에 있던 사람)은 더위를 피하는 술이라면서 한여름에 밤낮으로 마시다가 장을 태우고 말았다. 곽진(郭珍: 魏의 신하)은 하루도 술에 취하지 않는 날이 없이 발광하였다.(이런 거 다 조사하느라고 수고했구려.)

 신릉군(信陵君: 전국 시대의 호족. 만년에 불우하여 술로 세월을 보냄)이 단명에 죽은 것도, 조양자(趙襄子: 춘추 시대 晋나라 사람)가 정치를 어지럽힌 것도, 조무(趙武: 춘추 시대 晋나라 사람)가 백성을 잃게 된 것도, 자반(子反: 楚의 장수. 전투 중 여인이 진상한 술에 추했던 것이 주군에게 발각되었다.)이 사형에 처하게 된 것도,(아예 자반이 되었군.) 한의 혜제(惠帝:모인 呂后의 잔학함에 분노하여 술을 마셨다.)가 스스로 명을 단축시킨 것도, 관부(灌夫: 한의 장수. 술버릇이 고약해서 승상에게 들켜 죄에 처해졌다.)가 일가 멸족이 된 것도, 진준(陳遵: 王莽의 난 때 술에 취하여 역적에게 살해되었다.)이 살해된 것도, 계포(季布: 楚나라 사람. 한의 문제가 중용코자 하였으나 술버릇이 나쁘다는 이유로 그만두었다.)가 배척당한 것도, 조자건(曹子建: 위문제의 동생. 술에 취하여 勅使의 응대도 받지 못하고 부친의 미움을 샀다.)이 면직을 당하게 된 것도, 서막(徐邈: 魏나라 초기 사람. 당시 금주령이 내렸기 때문에 청주를 은어로 聖人이라 했다.[아하, 그래서 청주는 성인이요, 탁주는 현인으로 불리었구먼.] 武帝 앞에서 “聖人이 취했다!”고 하여 크게 화를 내게 했다.)이 실수하여 꾸지람을 받게 된 것도, 모두가 이 술이란 괴물 때문이었다.(좀 심한 사람들 얘기로구먼. 난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세상에는 이것을 좋아하고 즐기는 자가 매우 많지만, 이를 경계하고, 이것을 두려워하는 자는 지극히 적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소수의 사람들이 충고를 한다 해도 헛된 일일 뿐이다.(미리 배수진을 쳐 놓고…) 다만 신사 여러분들이 절주(節酒)하기만을 바랄 뿐이다.(슬쩍 치켜 주고 엿 멕이는구먼.)

 전일 흉작이 들어서 쌀값이 폭등했는데, 주정뱅이가 지방장관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그것을 계기로 엄중한 금주령(禁酒令)이 내려졌다.(용케도 위정자들은 제게 맞는 핑계들을 잘도 찾아낸다구.) 몇 번씩이나 포고문이 붙여지고, 관리들은 그 위반자를 색출하기에 바빴다.(저희들은 현충일 같은 날이나 물난리가 나서 아우성일 때에도 골프 치고 술타령하더구만. 아니, 아닌가? 그때에는 골프 같은 건 없었지?) 체포되어 매를 맞으며 본보기로 끌려다닌 자가 열을 지었다.(‘배 째 드리지요’의 고대판이로구먼.) 그 중에는 매를 맞아 목숨을 잃은 사람이 반이나 되었다.(이제나 저제나 서민들의 목숨이야 파리 목숨인 걸…)

 이러한 금제(禁制)가 엄해지면 질수록 위반자는 점점 더 늘어가는 것 같았다.(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것이 人之常情이거든.) 땅 속에 굴을 파고 그 속에서 술을 빚었고, 기름을 바른 주머니에 술을 담아 몸에 지니고 다니는 자도 있었다.(그 사람 지금 어디로 갔지?)  사람이 술을 좋아한다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일이다. 천한 일개 평민에 지나지 않는 사람의 이 인기 없는 책을 통하여 무슨 말을 한다 해도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다.(알긴 아는구먼.)

 또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이 금주법을 마련했다고는 하나 실상 자기 자신도 술을 끊을 수 없었다.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만 엄하게 한 대서야, 명령을 내린들 들을 자가 있을 것인가.(이제야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하네.)

              *다음에 계속*         (06. 8. 21. 원고지 15매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