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바다) 주계(酒戒) 3
이 웅 재 발췌 협평(夾評)
요(堯)와 순(舜)은 천 개의 큰 술잔과, 백 개의 모가 난 술잔[고(觚)]을 비울 수 있는 주량(酒量)이고,(맞대작하자고 했다간 골로 가겠네.) 공자(孔子)의 주량은 헤아릴 수 없다고 합니다.(구멍 ‘공’자를 쓰다 보니 구멍이 뚫렸나?) 그리고 주공(周公: 周)文王의 아들이요, 武王의 동생이다.)은 언제나 술과 안주를 차려 놓고야 예악(禮樂)을 제정할 수 있었다 합니다.(‘예’란 구속이고, ‘악’이란 해방이렷다? 따라서 ‘예’가 지나치면 구속이 될 것이요, ‘악’이 그 도를 넘으면 ‘방종’이 될 것이다. 이 예와 악을 잘 다스리는 것이 바로 정치가 아니겠는가?) 한의 고조(高祖)는 녹초가 될 정도로 취했기 때문에 큰 뱀을 칼로 칠 수 있었고 군대를 통솔할 수도 있었습니다.(나도 녹초로 취해 볼까?)
우정국(于定國)(우정국이 누군지까지는 귀찮아서 안 찾아보겠다. 꼭 알고 싶은 사람은 漢書 本傳을 찾아볼 일이다.)이라는 사람은 술을 한 섬이나 마셨지만 그의 재판(裁判)은 더욱 명석했습니다. 관노(管輅)는 세 말의 술을 마시고 난 다음에야 그 유창한 변설이 나왔습니다.(역시 三國志 本傳 裵注를 찾아보시라.) 양웅(揚雄)은 언제나 술을 벗하여 입에서 떨어질 날이 없었지만 그 때문에 태현경(太玄經)을 완성했습니다.(술 마시고 글 쓰는 버릇은 나를 닮았군. 아니, 그가 古人이니 내가 그를 닮은 것인가? 까짓것 누가 누구를 닮았든 그게 대수인가? 자어(子圉: ‘圉’자의 음이 ‘어’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다. 마부, 마구간, 감옥을 나타내는 글자란다. 그렇다면, ‘圄’자와 통하는 글자가 아닐까 싶다.)는 인사불성(人事不省)으로 취한 덕택에 천하의 패자(覇者)가 되었습니다.(옳거니! 당신들 들었지? 들었지?)
옛 명장(名將)은 한 병의 탁주를 혼자서 마시려 하지 않고 강물에 부어서 전 병사에게 그 물을 마시게 했는데,(미쳤군, 미쳤어.) 이를 마신 병사들은 매우 기뻐하면서 결사적으로 활약하게 되었다 합니다.(미친 사람 밑에야 또 미친 사람이 있을 수밖에. 御覽 黃石公記에 나오는 말이라 하니 그곳을 찾아보셈. 이거 너무 친절한 거 아냐?) 진(秦)나라의 목공(穆公)은 명마를 훔쳐 잡아먹는 농부들에게 “좋은 고기를 먹은 후에 술이 없다면 장(腸)을 상한다.”고 말하면서 술을 내리자, 감격한 말도둑은 훗날 목공의 위급함을 구해주었습니다.(멋질시고! 고롬, 오는 게 있음 가는 것도 있게 마련 아닌감? 史記 秦本紀 참조.)
우수를 달래고 손님을 대접할 때나, 공을 세운 자에게 상을 내리고 개선한 병사들을 위로하거나, 또 신을 강림하게 하고,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는 술 이외에는 다른 수단이 없습니다.(이제야 쓸 만한 소릴 하는구먼.) 안으로는 같은 종족의 장자(長者: 부자라는 뜻. 長子가 아님에 주의. ‘百萬長者’라고 할 때의 長者임.)를 초대하고 밖으로는 좋은 손님에게 권하기 위하여 회(淮)처럼 승(澠)처럼(둘 다 강 이름임.) 술을 마련한다는 것은 “춘추(春秋)”에도 좋은 일이라 했습니다.(左傳 昭公 12년조를 보시압.) 이것으로 본다면 어찌 술을 금하는 것이 좋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나를 감동시키는구먼. 눈물 한 방울이 대롱대롱 매달리려고 하는데….)
포박자가 답하였다. …(중략)…
몸을 기르는 데는 음식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그것도 과식한다면 병이 나기 마련이다. 하물며 술이라고 하는 독물이야 더욱 그럴 것이다.(반론 제기의 꼬투리는 ‘과식’에다가 두었다. 그러니 이것은 자연히 편벽된 생각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걸(傑), 주(紂), 신릉군(信陵君), 한(漢)의 혜제(惠帝) 등이 설사 나라를 망치는 음탕한 소리에 정신을 팔고 성을 기울일 정도의 미색에 빠졌다 할지라도 그것은 모두가 술에 의해서 그 본성을 잃은 것이며, 그 여세에 몰려 정욕(情慾)의 극치에 이르러 스스로의 행위를 반성하는 일조차 망각했기 때문이다.(아주 명패까지 집어던져라. 청문회식 제멋대로의 주장만 늘어놓으려 하는구나.)
나는 그 근본을 논하고 있으나 그대는 지엽적(枝葉的)인 것을 문제로 삼았을 뿐이다.(궤변 좀 그만 늘어놓는 것은 어떨지? 적당하게 즐기는 술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과음을 가지고 논하고 있지 않은가? 어느 게 근본이요, 어느 게 지엽인가?) 이것이 술로 인한 재앙이 아니라면 그 화근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그대의 견해는 호우에 옷이 젖어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구름의 작용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티끌이 눈에 들어간 것은 알아도 그것이 회오리바람이 작용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과 같다.(좀 적절한 비유를 찾아 쓰시지요. 비가 온다고 모든 사람이 비에 젖고, 회오리바람이 분다고 사람마다 눈에 티끌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잖은가? 멍청이처럼 비를 홈빡 맞고 눈에 티끌이 들어간 사람을 가지고 말하다니? 그리고 앞에서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보다 많다고 했는데, 그런 것이 전부 술 때문이라면 비올 때는 대부분의 사람이 비에 홀딱 젖고, 회오리바람이 불 적에는 사람마다 눈에 티끌이 들어가야 할 터인데, 과연 그런가? 더 이상 어거지 쓰지 말기를 바란다.)
요(堯)와 순(舜)이 천 개의 술잔, 백 개의 모난 술잔의 술을 비울 만큼 주량이 크다고 하는 것은 황당무계(荒唐無稽)한 이야기이며,(근거도 없이 고기록을 무시하고 느낌만 가지고 말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못한 것이 아닌가?)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믿지 않을 것이다.(희망사항인가?)
…(중략: 딴에는 앞에서 말한 술의 이점을 하나하나 반박하는 내용으로 장황하게 말을 이어갔지만, 내용이 허약하다. 재미도 없고. 그래서 생략한다. 술의 폐단을 얘기하노라고 이것저것 말했지만, 술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 것인고? 따지자면 글쓴이도 뒤로는 호박씨 까면서 겉으로만 아닌 체한 것은 아닌지?)…
(이제 끝 문장만 인용한다.)
역시 술은 삼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그래 우리, 들어주는 척하자, 먹지 말라는 말은 아니잖은가?) [ 酒戒 끝]
(06. 8. 21. 원고지 15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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