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려줘요, 토토
이 웅 재
고단샤의 대표적 베스트셀러 한 가지를 말해 달라고 하니, 20년 전 초판 1만 부를 찍었던 “창가의 토토”란다. 이름 난 탤런트였던 구로야나 세스코[黑柳徹子] 양이 작자인데다가 학생폭력이 횡행하던 시기에 모처럼 만나게 된 건전한 내용의 책이었으며, 주인공 토토의 캐릭터가 귀엽고 재미있어서 특별한 판매 전략을 세우지도 않았는데 입소문으로 책이 불티나게 팔려 나갔단다. 아마도 여성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 때문인 듯하다고 했다. 단행본으로 580만 부가 판매되었고, 이후 문고판 등으로 계속 간행되고 외국어판도 다수 찍어서 총 750만 부 가량이 팔렸단다. 한국어판도 나왔다는데, 아마 우리 이음새문학의 준서 씨도 읽었지 싶다. 님의 닉네임이 토토가 아니던가? 그래서 한번 물어보았다. 토토가 무슨 뜻이냐고. 대답은 무슨 뜻인지는 분명치 않고 작자의 어릴 때 별명 비슷한 것으로, 매우 귀엽고 깜찍한 느낌을 주는 이름이란다. 귀엽고 깜찍한 준서 씨의 모습을 만들어 보면서 “창가의 토토”를 읽어보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였다.
토토, 토토. 이름만으로도 매우 친근미를 느끼게 해주는 토토. 우리의 토토는 지금 같은 일본의 홋카이도에 와 있을 터였다. 이음새의 회장 최찬희 씨가 며칠 전 다녀간 일본에 토토와 거북이가 와 있는 것이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제3편집국인 “週刊少年” 편집부(編集部)로 향했다. 담당부장 산전아부[山畑雅夫] 씨가 반갑게 맞아준다. 적당하게 뚱뚱한 몸매의 호인 풍이었다. 만화의 원고를 보여주며 열심히 설명하는 품이 성실하게 보였다. 만화를 그리는 데는 수작업과 컴퓨터 작업 중 어느 쪽의 비율이 높으냐는 질문에 그는 거의 반반이라고 했다. 하지만 차츰 컴퓨터 쪽의 작업 비율이 높아져 간다는 말을 덧붙인다. 그래, 이젠 점차 기계에게 자리를 물려주어야만 할 것이다. 인간의 자리에는 좋든 싫든 인간의 냄새가 있었는데, 아, 이젠 인간이 설 자리가 점차 사라져 버리고 있는 게 서글프다.
예전 우리 초등학교의 교과서. 그 맨 첫머리에 나오는 말은 “바둑아, 놀자.”였다. 그 다음이 “영희야, 놀자.” 치고받고 싸우더라도 사람은 사람과 놀아야 하는데…. 하지만, “바둑아, 놀자.”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래도 아직은 살아있는 동물과 놀자는 것이니까.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사람도 아니고, 동물도 아니고…, 기계, 생명이 없는 컴퓨터와 놀고 있지 않은가?
만화 그리는 데에서도 컴퓨터 작업이 수작업을 압도하기 시작한다니, 정말 이젠 모든 걸 기계에게 빼앗겨 버려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토토, 토토, 말려줘요, 토토.
고단샤에 이어 우리는 일본 출판학교인 에디터 스쿨을 방문했다. ’64년 창립한 학교이니 2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학교다. 편집실습 수업을 참관하기로 했는데, 같은 수업이 5층과 7층 두 곳에서 행해지고 있었다. 전문대학 성격의 이 학교는 주․야간, 1․2년 과정으로 운영된단다. 연간 1,5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며 별도의 통신교육도 행한다고 했다. 자체 빌딩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없는 교정기능 자격검정, 서적제작기능 자격검정, 서적편집기능 자격검정 제도 등도 실시하고 있었다. 특히 교정기능 자격검정이 인기라는데, 이는 일본을 독서대국으로 만드는 데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우리나라의 책처럼 오자, 탈자 투성이의 책은 기실 읽고 싶은 마음을 싹 앗아가 버리지를 않는가? 글자 한자 한자를 꼼꼼히 따져가며 제작한 서적이라면, 그 정성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읽어주고 싶은 마음이 우러나올 것이리라.
졸업생들의 취업 현황을 물으니 대표취체역 도정항부(도정항부) 씨는 4,500여 개의 소규모 출판사에서 원하는 속성 기능사 수요를 충족시켜 주어 작년부터 구인수가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란다. 이는 어쩌면 일본의 경기가 조금씩 향상되어간다는 간접적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일본 문화 체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문화 체험기 7) Economic Animal (0) | 2006.09.25 |
---|---|
(일본 문화 체험기 6)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는 일본 (0) | 2006.09.24 |
(일본 문화 체험기 4) 부러운 나라, 일본 (0) | 2006.09.22 |
(일본 문화 체험기 3) 책의 나라, 일본 (0) | 2006.09.21 |
(일본 문화 체험기 1) 재미와 유익함을 사시(社是)로 내세우는 고단샤 (0) | 2006.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