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화 탐방기

(중국 문화 체험기 8)

거북이3 2006. 10. 19. 09:44
 (중국 문화 체험기 8)

         천하제일교의 연심(連心) 열쇠와

             세계 제일의 산 속 엘리베이터

                                                                                 이   웅   재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의 충신이었던 장량(張良), 그가 천하통일을 한 유방에게 토사구팽(兎死狗烹)당할까 봐 숨어들어와 살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 장가계(張家界). 옛 선현들의 피은(避隱)에는 낭만이 따랐다. 인생부도장가계 백세개능칭노옹(人生不到張家界 百歲豈能称老翁; 사람으로 태어나서 장가계에 가보지 못하였다면 100살이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이라는 형승(形勝)으로의 도피. 그와 같은 도피라면 도피가 아니라 스스로 찾아들 수 없음이 오히려 한이 되는 일이 아닐까?

 어필봉(御筆峰), 선녀헌화(仙女獻花) 등 모두가 절경이었다. 그리고 그건 한마디로 웅장함이었다. 우뚝우뚝 솟아 있는 기봉(奇峰)들,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모습이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금강산보다도 명승이라고들 한다. 금강산 12,000봉과는 비교가 안 될 13만 봉우리에 기봉만 3,000을 지니고 있는 곳,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지형인데다가 그 광대한 국토에 걸맞는 웅장함 때문에 사람마다 와! 와! 탄성을 올리지만, 내게는 그렇게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금강산은 가는 곳곳마다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여기는 처음의 탄성 그 하나면 끝이었다. 그 다음은 거기가 거기고, 여기도 거기였다. 가는 곳마다의 새로움이 없었다는 말이다.

 다시 40여 분을 걸어 원가계로 갔다. 후한(後漢) 시절 원술(袁術)이 만년에 은거했던 곳이라든가? 원가계의 어느 산마루에는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소나무 두 그루가 다른 소나무 두 그루와 쌍을 이룬 채 서 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닮아 있었다.

 인상적인 곳은 천하제일교, 다리 난간에는 연심(連心) 열쇠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이곳에 열쇠를 잠궈 놓으면 영원한 사랑이 보장된다는 전설 때문이다. 그렇다면 연심 열쇠가 아니라 연심 자물쇠가 되어야 할 것이라는 딴지를 걸어보며, 변하지 않는 사랑을 그토록 원한다는 것은 변하는 사랑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것은 점차 여권 신장과 함께 더욱 변모된 모습을 드러내리라 보인다. 호주제가 폐지되었으니 이제는 아빠의 성을 따를 필요도 없다. 따지고 본다면 아빠 성보다는 엄마 성을 따르는 것이 보다 분명한 출생의 원적(原籍)을 보장받는 일이 아닐까? 결국 그것은 아빠는 누군지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을 잠재적으로 인식하고 싶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빠는 누군지 모른다. 그러나 엄마는 분명히 알 수 있다. 그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건 분명 일부일처제에 대한 믿음이 깨진다는 얘기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꽉 잠궈놓은 채로 영원히 놓아둔다는 것은 그처럼 차츰 깨져가는 믿음을 확고하게 붙잡아매어 두겠다는 염원의 발현일 것이다. 나는 그 믿음이 대견스러워 그 금빛 찬란한 자물쇠들을 만져보고 또 만져보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광한루의 오작교 같은 곳에서 이와 같은 방법으로 사랑하는 연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찾아들게 할 수는 없을까?

 오른쪽으로 마지막 전망대인 미혼대(迷魂台)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사람들의 정신마저 혼미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아래쪽으로는 봉림협곡(峰林峽谷)이 아득하다. 거기에 흐르는 물은 금편계(金鞭溪), 물은 산의 변화를 따라 흐르고, 산은 물 때문에 살아있는 절경, 일보일경(一步一景)이 여시여화(如詩如畵)라는 곳이다. 그 금편계를 지키고 있는 금편암(金鞭岩)은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책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모습 같기도 하다.

 이제는 하산을 해야 할 시간이다. 이 높은 산에서 언제 저 아래까지 내려가나? 하지만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어도 된다. 백룡천제(白龍天梯 ; 백룡 엘리베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산 속에 웬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을까? 하지만 그게 중국인들인 것이다. 수직 높이가 326m, 운행 고도가 313m이며, 그 중 153m는 산체(山體) 내 수직 동굴이고 171m는 산체에 붙인 수직 강철구조로 구성되어 있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2층으로 된 관광 전용 엘리베이터다. 왜 ‘백룡’인가 했더니, ‘백룡’이란 바로 기업체의 이름이란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는 한자로 전제(電梯)라고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다음, 그 꼭대기 부분을 올려다보니 현기증이 날 정도로 까마득했다. 그래서 천제(天梯)라고 한 것이다. 석주(石柱)처럼 우뚝 솟아있는 산봉(山峰), 그리고 거기에 잇대어 가설해 놓은 천하제일의 엘리베이터, 중국인들은 그렇게 국부(國富)로 따져서는 우리나라와 비교가 되지 못하지만, 그 스케일은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음을 우리는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오늘 본 그 보봉호의 선경과 웅장하기 그지없는 장가계, 원가계의 기경(奇景)에 주눅 들지 않기 위해서, 마침 가이드가 이곳 명품이라고 선사해 준 주귀(酒鬼)로, 함께 온 젊은 직원 2명과, 제자리에 앉은 채로 보봉호나 장가계, 원가계와는 또 다른 선계(仙界)인 주귀계(酒鬼界)에 탐닉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