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짜자작 짝짝!’
이 웅 재
여행 셋째 날, 12월 16일, 7:00 모닝 콜.
8:25 전원 집합, 8:35 출발하다.
차를 타고 지나다보니 아침부터 차창 밖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의 포장마차 비슷한 곳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다. 아침부터 웬 포장마차? 알고 보니 그건 아침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곳에선 우리나라처럼 아침 식사를 식구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먹는 일은 없단다. 동남아 지방을 다녀보면 대체로 집에서 밥을 지어먹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곳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우리나라처럼 ‘우리’가 함께 하는 나라는 별로 없는 듯하다. ‘우리 남편’, ‘우리 아내’라는 말을 쓸 정도로 ‘우리’를 강조하는 나라, 그 무서운 단결의 힘을 우리는 2002년 월드컵에서 발휘했었다. ‘대~한민국, 짜자작 짝짝!’으로 단합된 힘을 과시하더니, 전 세계가 놀라고 우리 자신도 놀라버리고 만, 월드컵 4강에까지 올랐던 것이다.
지금 우리가 지나고 있는 이 동네는 가장 매운 고추가 생산되는 곳이란다. 남자아이를 낳으면 고추를 내다 건다는 것인데, 그런 점은 우리나라하고도 같은 풍습이어서 차창 밖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새삼스레 친근하게 느껴진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가이드는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이곳의 노래방은 두당(頭當) 2만 원 정도, 술 따위도 판다고 했다. 다방은 없단다. 연변 쪽은 이보다 훨씬 싸며, 다방도 있다고 했다. 요즈음엔 이곳에서도 한류(韓流)가 열기를 더해가고 있으며 한국 배우들의 얼굴을 본뜬 성형수술도 유행되고 있단다. 특히 안재욱과 김희선을 닮고 싶어 안달이란다. 성형수술이 유행이 될 정도라면, 먹고살 만하게 되었다는 얘기요, 자본주의의 물이 들었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대발이’도 인기 짱이고, T․V 연속극 “보고 또 보고”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고 했다. 9시가 넘으면 20여 개 채널에서 다투어 한국 드라마를 내보내고, “겨울 연가”의 배우들이 입었던 옷, 액세서리는 불티나게 팔려나간다는 것이다. 88올림픽 이후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2002년 월드컵으로 더욱 한국에 대한 열기가 고조되기 시작했단다. 국가 선전에 스포츠보다 더한 것이 없다는 점을 이런 데서 확인해 볼 수가 있었다.
이곳 장가계에서는 한국에서처럼 단체 미팅도 유행이란다. H․P은 받기만 해도 요금이 빠져 나가는데, 3일이나 배워야 하는 문자 메시지나 일주일이 걸려야 되는 타자도 유행이라니, 우리는 한글을 창제해 주신 세종대왕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껴야 할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간편하게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의 한글, 어쩌면 그토록 과학적으로 만들어낸 것인지, 새삼 감탄의 마음이 폭발한다.
H․P은 노키아가 시장 점유율 1위라고 했다. 신호 잘 터지고 싸기 때문이라는데, 막상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삼성 제품이란다. 관세 때문에 값이 비싸서 침만 삼키는 실정이라고 했다. 6․25를 겪으면서 온 세계에 비참한 나라로 비춰졌던 우리나라는 이제 웬만한 나라엘 가 보면 선망의 대상으로 바뀌어 있었다. ‘대~한민국, 짜자작 짝짝!’이다.
이곳의 부모들이 자식을 연예인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딴따라’ 관념을 이어받은 때문일까?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를 본뜨고 있다는 느낌이다. 하다못해 변호사․의사․교사의 3사가 인기직업인 점까지도 어쩌면 그렇게 우리나라를 쏙 빼닮고 있는지?
교육제도도 우리나라와 같은 6․3․3․4제, 명색은 의무교육이라지만 본인이 반쯤은 부담해야 된단다. 인구가 많은 나라이다 보니 학생만 1억이라니, 그 중에 어떤 석학이 나올 것인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나라가 중국이라는 생각이다.
버스 이동 시간이 길다 보니까 가이드가 힘들 것 같다. 그런데도 우리 가이드, 여유만만이다. 가이드의 수수께끼 한 토막.
“곱사는 어떻게 잘까요?”
사람들이 머리를 굴려본다. 그러나 쉽게 대답이 안 나온다. 가이드가 스스로 대답한다.
“눈 감고 자지요.”
그렇지. 그 천고불변의 진리를 왜들 모르는 것일까? 우리의 삶 자체가 바로 그런 식으로 쉽게 알 수 있는 일도 모르는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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