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화 탐방기

(중국 문화 탐방기 11) 뻥 깐 거예요

거북이3 2006. 10. 23. 15:35
 (중국 문화 탐방기 11)

              뻥 깐 거예요

                                                                                            이   웅   재

 모노레일 꼬마열차인 십리화랑 전동유람차를 타고 장가계의 천자산 관광에 올랐다. 어제는 위에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관광이었는데, 오늘은 그 반대로 아래쪽에서 위쪽의 기봉(奇峰)들을 올려다보는 경관을 감상하는 것이었다. 우뚝우뚝 솟아있는 봉우리들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산봉우리와는 천양지차, 그것은 오히려 오전에 본 황룡굴의 정해신침처럼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종유석과 유사했다. 펑퍼짐한 구릉이 전혀 없이 산봉 하나하나가 그대로 직선적인 1자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다르다면 종유석에는 나무나 풀이 없는데 비해 이곳의 기봉들은 마치 그 종유석에 털이라도 난 듯한 모습이라고나 할까?

 봉우리들의 모습은 부부의 모습, 아이의 모습, 약초 캐는 할아버지, 애기를 안고 있는 여인, 임신한 형상, 애기를 업고 있는 모양, 세 자매가 다정히 서 있는 듯한 포즈 등 각양각색의 경관을 보여주고 있었다.

 십리화랑 관광을 끝내고 산기슭으로 내려오니 보봉호에 산다는 올챙이 또는 도롱뇽 비슷하게 생긴 애기고기를 보여주고 돈벌이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선전을 위한 현수막에는 “奇觀(기관)! 娃娃魚(와와어)!”라고 씌어 있었다. 현재로서는 건천(乾川)이 되어버린 개울 한복판에 구덩이를 파고 물을 모아놓은 곳에 1m가 좀 넘는 고기 한 마리를 넣어두고 손님을 끌고 있는 것이었다. 역시 관람료는 1,000원이었는데, 깎고 깎아서 1,000원에 3명이 보았는데 실물은 기실 보잘 것이 없었다.

 ‘張良墓(장량묘)’라는 대리석 표석(標石)이 장가계라는 명칭을 새삼 되새기게 하는 곳의 한 쪽에 조그만 언덕을 이용해서 전(廛)을 펼쳐 놓은 가게 하나가 있었다. 그런데 주인이 한국 사람이었다. 3세대 경주 최씨란다. ‘二鍋頭酒(이과두주)’를 파는데, 빨간 뚜껑은 3개 1,000원, 노란 뚜껑은 1개 1,000원이란다. 이과두주는 북경의 명주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소주와 같은 술인 모양이었다. 노랑 뚜껑 하나를 사고 애기고기에 대해 물으니, 애기고기 탕은 아주 귀하고 맛이 신선해서 비싼 음식이란다.

 그렇게 이것저것 구경하고 내려오니 아까 길을 막았던 바위들은 다 치워져서 차량 통행도 가능해졌다. 만만디의 중국으로 보아서는 엄청 신속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만큼 외화벌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증거였다.

 버스가 시내로 들어섰다. ‘百貨商場(백화상장)’이란 간판이 보인다. 백화점이다. 가이드가 내게만 귀엣말을 한다.

 “그 동안 76년생이라고 했는데, 뻥 깐 거예요. 실은 79년생인데, 학생들이 말 안 들을까 걱정이 되어서 3살 불려 말한 거예요.”

 동생도 둘이 있다고 했었는데, 하나도 없단다. 그런데, 학생들은 이미 꿰뚫고 있었다. 가이드의 거짓말을…. 그러면서도 우리를 인솔해 주는 가이드니까 믿어주는 체하면서 지내온 것이었다. 나이가 많은 것이 권위도 서고 사회 선배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관념, 그건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구세대의 잔재라 하겠다. 이제는 그런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 솔직, ‘솔직’이 힘을 얻는 세대가 된 것이다.

 그런 학생들을 대하면서 대견하게 느껴졌다. 인솔교수도 있을 필요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형식상으로는 인솔교수가 없을 수 없겠지만, 기실은 저희들 스스로 모든 걸 알아서 처리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진실로 반가웠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젊은 학생들, 이런 정도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한껏 풍요로워지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