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43) 산중 COSTCO에서 대형 피자로 점심을 때우다

거북이3 2012. 3. 25. 12:15

 

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43. 산중 COSTCO에.hwp

 

(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43)

           산중 COSTCO에서 대형 피자로 점심을 때우다

                                                                                                                                                                               이 웅 재

 

약간의 내리막길, 우리 차는 앞쪽에 큰 차 한 대를 놓고서 우측차선을 천천히 전진한다.

목이 마르다. 물병을 들어 물을 마시니 500ml짜리 내 물병이 거의 바닥이 났다. 호텔에서의 아침 식사 때 베이컨 몇 점을 집어 먹어서인 듯하다. 이곳 베이컨은 왜들 그렇게 짜게 조리들을 해놓는지? 물을 마신 후 전방을 주시하니 차선은 왕복 6차선으로 늘어 있었다. 마을이 가까웠다는 뜻일까? 오른쪽으로는 숲을 관리하기 위한 듯한 no.가 씌어있는 표지판이 서 있다. 이 넓은 산지의 나무들도 하나하나 엄격한 관리를 받고 있는 듯싶었다.

산속에는 가끔 건물이 하나씩 서 있기도 했다. 전기시설을 해 놓은 곳도 있다. 그리고 저건? 아이고, 아주 작은 Rest Room이로군. 남녀 한 쌍이 그려져 있는 명화가 이 산속에도 전시되어 있는 것이었다. 너무 작아 앙증스럽다. 그림이 보여주는 대로 사람 하나씩밖에는 들어갈 수 없는 넓이이지 싶었다. 곳곳에 경사도를 알려주는 노란 표지판이 서 있다.

그런데 이 산속에 갑자기 웬 길가를 걸어다니는 사람이 눈에 띈다. 무슨 포대(包袋) 같은 것을 들고 있다. 무얼 하는 사람들일까? 아, 그 앞쪽으로는 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아마도 저 차에서 내린 사람들이지 싶지만, 그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길가의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들일까? 그럴 확률이 매우 높다. 이곳의 자연환경보전의식은 아주 철저하다고 한다. 어느 곳을 가건 휴지조각 하나 찾아보기 힘든 깨끗함,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이면서도 인구는 기껏해야 3천만 정도가 살고 있는 나라라는 점에서 절대적인 무공해의 나라라는 점이 돋보이는 나라가 아니던가?

이번에는 ‘Inks Lake Exit’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워낙 호수가 많은 나라이다 보니 가는 곳마다 호수의 이름이 뻔질나게 나타난다. 왼쪽으로는 두어 채의 집들이 부끄러운 듯 외롭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산 뒤쪽의 산은, 시각적으로는 무척 얕아 보이는데, 한마디로 특이한 모습의 설산(雪山)이었다. 오른쪽으로는 STORAGE라 쓰이기도 하고 WOODLAND라 쓰이기도 한 창고 따위가 보인다. 드디어 COSTCO 간판이 드러나면서 그 아래쪽으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마을이 나타난다.

차는 COSTCO로 진입했다. 뒷자리의 손님(?)들도 모두 잠에서 깼다. 차에서 내리고 나서 보니 차는 희뿌옇게 변해 있었다. 아하, 차도에 뿌려진 염화칼슘 때문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가 달릴 때 차도에는 돌멩이 따위가 전혀 없었는데도 무엇엔가 부딪치는 듯 투다닥투다닥거리는 소리를 들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것은 바로 눈뭉치가 바퀴에 붙어있는 먼지떨이에 붙었다가 떨어지며 내는 소리였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산속의 COSTCO는 넓었다. 지대(地代)가 싼 곳에 자리 잡았으니 이처럼 넓어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었다. 여기서 간단하게 요기(療飢)를 하기로 했다. 우리가 앉아 있는 자리 앞쪽에는 PHOTO CENTRE가 있었다. 이곳에서는 center가 아닌 centre가 쓰이는가 보았다. 말하자면 영국식에 가까운 영어를 쓰고 있는 것이다. 그건 가급적 미국식 영어를 꺼리는 일로 여겨졌다. 인접한 두 나라 사이는 항상 그런가 보다. 가깝고도 먼 나라의 관념은 그러니까 한일관계에서만 얘기되는 현상은 아닌 모양이다.

우리는 아이들을 위하여 대형 피자로 점심을 대신했다. 그리고는 상품들을 둘러보았다. 조립식 주택 같은 것도 있었다. 가격은 100$ 정도로 헐했다. 시골에 땅 평이라도 사 놓으면 이런 것을 사다가 그 한 편 구석에 세워놓아 두어도 괜찮겠다 싶었다.

누들라면도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미국이나 캐나다의 거의 모든 물건들은 ‘made in China’였었는데, 이 라면은 ‘made in Korea’도 아닌, ‘made in U.S.A.’라는 점이었다. 이렇게 미국제의 라면을 팔기에 미국이나 캐나다 쪽에서는 곳에 따라서 한국의 라면 반입을 허용하지 않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저러나 이곳 Kamloops에서 너무 시간을 오래 지체하였다. 1시간 정도로 예상을 했었는데 2시간 정도가 흘러버린 것이다. 그러니 예상 도착시간 9시는 10시로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 주위의 산은 조금 특이한 모습이다. 거의가 민둥산인데다가 산 중턱에까지 집들이 들어서 있었고, 또 그 집들 거의가 검은 색이었다. 왼쪽으로는 아주 기다란 기차의 차량이 늘어서 있는 것이 보였다. 조금 달리자 또다시 나타나는 화물차는 종한이가 말하듯 정말로 너무 길었다. 그 기차는 서 있는 것이었는데, 그 오른편으로는 달리는 기차도 보였다.

산의 모습도 특이하다. 아까 보았던 바로는 대부분이 민둥산이었는데, 그것은 산 전체가 모래언덕처럼 보이는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말하자면 사구(沙丘)로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가끔 가다 우뚝우뚝 몇 그루 나무들이 서 있을 뿐, 거의 무모지대(無毛地帶)였다. 날씨마저 그랬다. 지금도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는데, 위도 상으로 보아서는 그럴 수 없도록 날씨가 더웠다.

이러한 곳에 사는 사람들은 무얼 해 먹고 살아갈까 궁금했지만 뾰족한 답은 찾을 수 없었고, 미 동부 패키지여행 때의 가이드 말만이 떠올랐다. 그는 “이곳 사람들은 무얼 해 먹으면서 살아요?” 하는 질문만은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었다. 보이는 것은 기차, 또 기차. 폐차로 보이는 것들도 많았다. 기차 운송이 잦은 곳, 당연히 기차와 관련된 직종이 많을 것이다. 거기에다 가끔은 오른쪽으로 보이는 방목되고 있는 말 또는 소들, 그리고 띄엄띄엄 보이는 방목장들이 나의 궁금증을 조금씩 풀어주고 있었다. 왼쪽으로 다시 긴 기차의 행렬, 족히 100량은 넘어 보인다.

오른쪽으로 가끔 허물어진 언덕이 보이는데, 그랬다. 그런 곳은 거의 모두가 모래언덕이었다. 왼쪽으로는 다시 100량이 넘어 보이는 화물차량이 나의 그런 추측을 강하게 뒷받침해 주고 있었다. (2012.3.24. 원고지 1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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