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45) 캐나다의 동서부를 잇는 대륙 횡단 철도의 LAST SPIKE를 박은 곳

거북이3 2012. 3. 25. 22:12

 

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45. 캐나다의 동.hwp

 

(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45)

     캐나다의 동서부를 잇는 대륙 횡단 철도의 LAST SPIKE를 박은 곳

                                                                                                                                                                                     이 웅 재

 

화장실만 있는 휴게소엘 들렀는데 안 들렀더라면 크게 후회할 뻔하였다. 지금은 가게를 열진 않았지만 뒤쪽으로 가 보니 Gift Shop도 보였다. 그 옆으로는 기차선로가 하나 외로이 뻗어 있었다. 안내판을 보니 이곳은 캐나다의 동부와 서부를 잇는 대륙 횡단 철도가 지나가는 Eagle Pass라는 곳이었다. 지금은 CRAIGELLACHIE(크레이겔라치)라는 이름으로 바뀐 이곳은 1885년 그 선로의 침목에 Last Spike를 박는 기념식이 거행했다고 한다. 현재에도 일반 여객 열차뿐만 아니라 수많은 화물 열차들이 이곳을 지나면서 캐나다의 동과 서를 연결하는 화물 이동의 동맥 역할을 다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캐나다 최대관광 성수기인 7월과 8월에 와야지만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었는데, 운 좋게도 화장실 덕에 그 역사적인 장소를 구경하게끔 되어서 얼마나 기쁜지 몰랐다. Last Spike 기념탑도 있었고, 그 당시 기념식 장면의 사진을 삽화로 그린 것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엄청난 역사적 사실의 기념식 장면에 등장한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기뻐 날뛰며 웃고 떠드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수염이 허연 사람 하나가 그 Last Spike를 박는 모습을 바라보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엄숙하다. 얼마나 소망하였던 일이었던 일인가를 그런 표정에서 충분히 읽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그들의 표정을 살펴보면 엄숙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뭔가 모르게 우울한 그림자가 깃들여 있음이 감지된다.

왜 그럴까? 지난번의 사진 ‘대륙횡단 철도의 마지막 Spike를 박았던 곳을 지키고 있는 쓸쓸한 열차 한 토막’을 보면 빨간 색의 열차의 옆구리에 씌어진 ‘CANADIAN PACIFIC 437336’이라는 글씨를 볼 수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만들어낸 말이긴 하겠지만 ‘437336’이라는 숫자는 대륙횡단 철도를 건설하다가 죽은 인부들의 숫자라는 말이 전해온다. 꼭 그 숫자대로는 아니겠지만, 철도를 부설하다가 죽은 많은 인부가 있었음은 틀림없는 일일 것이다. 기념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우울한 표정은 그 죽은 자들의 명복을 비는 비원들이 연출한 인간승리의 대서사시였던 것이다. 기념탑 옆쪽으로는 그리 크지 않은 시냇물이 흐르기도 하였는데, 아주 맑고 깨끗했다.

그곳을 떠나 달리고 있는 도로를 따라 계곡이 이어지고 가끔 가다가 GIFT SHOP 등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이곳은 여름이면 멋진 경관을 자랑할 수 있는 곳으로 여겨졌다. 계곡 양쪽으로는 녹지 않은 눈들이 쌓여 있었고, 길은 다시 편도 1차선으로 이어졌다. 계곡 한 곳에는 어린이집 같은 아기자기한 건물 등도 보이고 계곡 옆의 습지에는 뾰족뾰족 녹색의 새순들이 돋아나고 있기도 하였는데, 좀더 지나가다가 보니 오른쪽으로 나타나는 호수의 물은 꽁꽁 얼어붙은 모습이었다. 그 옆쪽과 우리 길 앞쪽의 산들은 모두가 설산(雪山)이었다. 호수는 길을 건너 다시 왼쪽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는 놀이터라도 만들려는지 넓게 터를 닦아놓았고, 그 공터 군데군데에는 커다란 돌들을 세워놓은 것이 보였다.

왼쪽 호숫가 끝에는 삼각형으로 된 빨간 지붕의 집들이 한껏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준다. 아이들은 그곳이 산타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집이라고 우긴다. 차는 바로 그 집들이 있는 옆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Valley Gap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생각하기에는 우리나라의 계곡 옆의 휴게소 개념에 해당하는 곳인 듯싶었다. 오른쪽으로는 다시 얼어붙은 계곡물이 우리의 찻길과 나란히 이어지다가 그친다. 왼쪽의 계곡은 절벽 옆으로 꽁꽁 얼어붙은 데다가 그 언 계곡물 위에는 새하얗게 눈이 쌓여 있었다. 길은 다시 상당한 정도의 산속으로 접어들고 있었고, 지금과 같은 경치는 산속으로 들어가면서 계속 반복되는 양상이었다. 앞쪽과 옆 산은 그대로 한 폭의 설산도(雪山圖)였다.

조그마한 마을이 하나 나타나면서 그 마을 앞쪽으로 아주 커다란 나무 곰 한 마리가 차렷 자세 비슷하게 서서 우리를 마중하고 배웅한다. 다시 조그만 마을, Salmon Inn이란 간판도 보인다. 우리의 민박집쯤에 해당한다고나 할까? 주인의 때 묻지 않은 소박한 마음이 배어나오는 듯했다. 다시 다리 하나를 지나고 마을이 나타나는데, 산속의 마을 치고는 상당히 큰 수준이었다. 이쪽으로는 산속이면서도 계속해서 작고 큰 마을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살아가기에 별 불편이 없는 지역이지 싶었다.

차는 산속 언덕길을 계속 오른다. 오른쪽 아래로는 비교적 멋있는 집들이 주욱 이어져 있는 소도시가 하나 나온다. CITY CENTRE의 간판도 보인다. 아마도 산속의 휴양도시인 듯싶다. 우리의 차는 편도 1차선의 언덕길은 세 대의 승용차를 앞세우고 달리고 있다. 길 앞쪽을 막아서고 있는 설산의 모습이 구름으로 산정을 살짝 가리고 있어서 더욱 신비롭기도 하다. 좌우의 녹색 숲들과 대비되는 앞쪽의 설산, 그 이질적인 부조화의 조화가 멋지다. 물론 길 양옆의 숲 사이에도 희끗희끗 눈은 쌓여 있지만, 얼핏 보기에는 녹색 일변도라서 말이다. 겨울 산에 와서 여름 경치를 상상하는 재미도 그런대로 쏠쏠하다.

화장실만 있는 휴게소를 하나 더 지나고 ‘Chain Up Area’의 팻말이 보이는 곳에는 철도도 있었고 ‘For Sale’이란 푯말을 붙이고 있는 가게도 보였다. 저거나 하나 사서 이곳에 눌어붙어 볼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잠깐 졸았는데,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다. 아직도 4시간 정도를 더 가야 한다니, 시속 100km 정도로 잡으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야할 정도의 여정이 아직 남아 있다. (2012.3.25. 원고지 1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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