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재 칼럼("스포츠 한국",1972~)

女子論(이웅재 칼럼⑧, 국배판 월간 『스포츠 한국』72년 10월호, pp.78~79.)

거북이3 2020. 3. 16. 21:12


☆女子論 (이웅재 칼럼⑧, 국배판 월간 『스포츠 한국』72년 10월호, pp.78~79.).hwp



女子論

                          (이웅재 칼럼, 국배판 월간 스포츠 한국7210월호, pp.78~79.)


  女子를 누가 약하다고 하였는가. 세계적인 大文豪 셰익스피어가 그토록 女子에 대해선 무식했던가 하는 생각이 꾸역꾸역 솟아 오른다.

  지금이라도 당장 당신의 눈 앞에 아름답고 곱살스레 생긴 여인이 와서 윙크라도 한 번 해 보라. 당신은 곧장 가슴이 두근두근함을 느낄 것이다. 자꾸만 목젖이 당겨지고 마른 침이 당신의 목구멍을 힘겹게 넘어가는 소리에 당신은 무색해질 것이다.

  육교 아래나 지하도의 아랫쪽 계단에서 남이 눈치 챌세라 조심조심해 가면서 필요 이상의 눈알 굴리기 운동을 하는 헤죽은 친구들을 찾아보기란 어렵쟎은 일이며, 맥주 홀이나 요정 같은 데서 여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없는 돈 있는 돈 톡톡 털면서도, 큰 기침 한 번 하면서 500원권 한국 은행권 몇 장씩을 팁이라는 명목으로 훌훌 뿌리는 으젓한(?) 신사님들을 만나 보기란 식은 죽 먹기보다도 더 쉬운 일이 아닌가. 어디 그뿐이랴. 회사에 나가면 미스 김에게 구경 가자, 파티에 나가면 미스 리에게 아름답습니다. 출퇴근 길에선 옆 자리에 않은 여인에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대폿집에서까지 심부름하는 계집애가 무얼 안다고, 영자야, 숙자야하며 아첨들을 하는가 말이다.

  가끔 심심찮게 듣는 말에도, 여자는 봇짱(배짱), 남자는 절개라는 말이 있으니, 불쌍한 자여! 그대 이름은 남자니라가 훨씬 실감 나는 얘기가 아닐까.

  보우들레에르가 쓴살인자의 술이라는 글에서도,여편네는 죽었네, 이제는 자유/ 그러니 싫도록 마실 수 있지.라는 노래가 있는 것이다.

  여인은 강하다. 강한 것은 여자다. 클레오파트라를 보라. 양귀비를 보라. 오죽하면 美人을 가리켜 傾国之美」「傾城之美라고들 했을까.

  인간은 만물을 지배한다. 그리고 남자는 인간의 역사를 이끌어 간다. 그러나 여자는 그러한 남자들을 지배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엄청난 권력인 것이냐.

  그것은 최초의 인간인 AdamEve에서부터 그랬다. 이제 우린들 어쩔 도리가 없지 않은가.

태어나면서부터 여자에게만은 약하디 약한 존재가 남자들이 아닌가. 어디 그게 사람에게만 국한된 일일까 보냐, 용왕도 여자에겐 약했고 신선도 약했다.

  신라 시대에 강릉 태수로 부임해 가던 순정공이란 사람에게 아내가 있었다. 이름은 수로부인(水路夫人). 인물이 어찌 빼어났던지 영생 불사의 신선도 그 앞에서 머리를 숙였더란다. 깎아지른 듯한 벼랑 아래서 점심 식사를 하던 수로부인이 그 벼랑 끝에 곱게 피어난 한 떨기 철쭉꽃을 보고 누가 저 꽃을 꺾어 나에게 주겠는가.하며 좌우를 둘러 보았으나, 사람의 재주로썬 어쩔 도리가 없는지라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을 때, 지나가던 암소(영생 불사의 상징)을 몰고 가던 노인(그러니까 신선) 하나가 여인의 자색에 미혹되어 그만 끌고 가던 암소마저 놓아 두고(그러니까 신선도 마다하고) 그 꽃을 따다가 수로부인에게 바치며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다.(신라 향가 중 헌화가)

  부인은 또한 용왕의 탐내는 바가 되어 수궁까지 구경하고 나온 기록상 최초의 여인이기도 한 것이다.

  여인은 강하다. 강한 것은 여자다.

  겉으로 보아서 약하다고 약한 게 아니다. 왜 우리는 그걸 모르고 지내는가.

  중국의 성인 한 사람이 제자들과 헤어짐을 가지는 날이었다. 제자들이 마지막으로 유익한 말씀을 남겨 주십사고 간청했다.

그는 입을 벌리면서 말했다.

 「내 이[]가 있느냐?

 「없읍니다.

 「내 혀[]가 있느냐?

 「있읍니다.

  그리고 그는 떠났다. 약하고 부드러운 것이 단단하고 강한 것보다 훨씬 오래 간다는 사실을 그는 단 두 마디로써 제자들에게 가르쳐 준 것이었다.

 

  여자란 사랑받기 위한 존재로 태어난다. 그리고 그들은 바로 그사랑이란 것을 가지고 남자들을 지배하는 것이다. 남자들이 그렇게까지도 여자들 앞에서 꿈쩍 못하는 이유도 그놈의 사랑이란 것 때문이다.

  맥주 홀의 여인이라던가 대폿집의 영자나 버스 칸에서의 여성에게도 사랑 때문에 약해진다는 것이냐는 반문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쪽으로도 역시 사랑이라는 것 때문에 약해지는 것이다. , 한 순간의 사랑이라도하는 단서를 붙여서 말이다.

여자가 얼마나 사랑을 받기 위한 존재로 태어났나 보자.

  이조 시대 왕족 중에 벽 계수란 친구가 있었다. 같은 때에 명기(名妓) 황 진이가 있었다.

  하루는 벽씨가 신문을 보고 있었다신문에는 황양이 미쓰 월드에 당선되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그때 방송국 기자 한 사람이 최초로 이조에서 미쓰 월드가 나왔다는 데 대해서 한 말씀 듣고자 한다는 인터뷰를 청해 왔다. 벽씨는 왕족의 체통을 지키느라 점잖게 말했다. 그까짓 미쓰 월드 컨테스트 같은 데 난 흥미 없읍니다.

  개성에서 그 방송을 들은 미쓰 월드 황, 얼굴이 불그락푸르락, 해서 보이 프렌드 중에서 미스터 벽과 지면이 있는 사람에게 부탁, 서울에다 장거리 전화를 걸었다. 남북 적십자 회담도 하고 있는 터에 당신도 개성 한 번 놀러 오슈. 내 맥주홀로 모실테니.술 마다 않는 미스터 벽은 그래서 그날로 고속 버스에 몸을 싣고 개성 나들이를 갔다. 반월성 근처를 승마를 즐기며 감회를 맛보는 미스터 벽의 앞에 갑자기 화사한 미니 스커트의 아가씨가 그 늘씬한 각선미를 자랑하면서 다가와서 말고삐를 터억 잡고 유행가 한 가락을 자작해서 부르는 것이었다.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일도창해(一到蒼海)하면 다시 오기 어려우니

  명월(황 진이의 호)이 만공산(滿空山)하니 쉬어 간들 어떠리.

  그 자태에 그 소릴 들은, 여자라고는 흥미 없는 체 하던 미스터 벽(꽉 막혔대서 으로 써도 될), 당장 코로나 택시를 잡아 타고 미스 황(말짱 황인지도 모르고)과 함께 호텔로 직행했다는 것이다.

  壁을 깨뜨릴 정도의 여인의 강함, 말짱 황인지도 모그로 사랑받기 위한 존재임을 실증(実証)한 황 진이.

여인의 강함은사랑받기 위한 존재라는 데서 생겨나는 것이다. 평생을 사랑받기 위한 존재로서의 위치를 찾아 보면아내라는 것이 있다. 그러므로 여인들은 그 아내되기를 좋아한다.

  「나는 시집 안 갈 테야요!는 걸핏하면 처녀들이 쫑알거리는 말이지만, 그것은 이미, 에구, 이렇게 늙었는데 빨리 죽어야지, 죽어야지…」밑집니다, 밑집니다하면서도 물건을 파는 장사꾼의 말과 함께 세계 3대 거짓말중의 하나이며, 그 중에서도 랭킹 제1위를 자랑하는 말이다.

  영국의 노예 해방 선구자였던 윌리암 월버포스의 딸은 뉴우요오크 방문 시에 많은 대중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미쓰 월버포스여, 영원하라, 만세!

하며 환성을 지르자,

  「감사합니다. 여러분, 그러나 나는 영원히 미쓰 월버포스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미는 여자란 아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月印千江之曲을 보면 俱夷라는 꽃 파는 소녀는 석가모니의 전생인 善慧에게 자기의 꽃을 바칠 테니 아내로 삼아달라고 했다는 불교 설화도 나오는 것이다.

  여자는 아내로서 존재할 때 가장 힘이 있다. 그래서 모든 남성들은 여성의 최초의 애인이 되기를 원한다지만, 모든 여성들은 남성의 최후의 애인이 되기를 원하는(오스카 와일드의 아무것도 아닌 女子에서) 것일 게다. 그런데 여자가 아내로 되기 위해서는 결혼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결혼이란 남성들이 한 여자에게 복종하겠읍니다하는 표시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세상에는 왜 그리 많은 공처가가 있다는 말인가/ 심지어는 대 철학자인 쏘크라테스도 따지고 보면 공처가가 아니고 무엇이었는가.

  결국 여자가 남자를 지배하려면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여자들에겐 결혼이야말로 인생의 전부가 될 수가 있다. 결혼을 위해서 여자들은 공부하고, 화장하고, 외출한다. 그리고는 남자들을 유혹한다. 여자들이 아름답게 보이려고 하는 것은 결혼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여자에게서 거울을 빼앗아 보라. 여자가 있는 곳에 거울 없는 곳이 있는가. 아름답게, 좀더 아름답게거울은 그 여성의 욕망을 반영시켜 주는 그래로의 반사경인 것이다.

 

  「아름답게…」는 여자의 속성이다. 아무리 만져도, 노력해도 아내가 되어지지 않을 때, 그들은 눈물로써 아내의 권자를 차지하기도 한다. 가장 약한 것이 가장 강할 수 있다는 동양의 어느 성인의 진리를 이용하여 가장 강한 남성 지배자가 되는 것이다.

  모든 남성들은 사랑받기 위한 존재로서의 여성을 사랑해 주어야만 할 의무가 있다. 여자가 없는 끔찍한 세계를 생각해서라도 말이다.

  쏘크라테스도 말했다.

 「결혼을 하면 무엇인가 소득을 가져온다. 양처를 얻는 자는 철학자가 될 것이다.

내게도 어느 영리하고, 건강하고, 아리따운 아가씨가 하나 생겨, 하루 빨리 결혼을 해야겠다.

 

2020.3.15.입력. 원고지 24매. , , 회의 글은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었습니다.

  50여 년 전, 결혼도 하기 전 30대 초반의 글인데, 지금 보니 필자의 여자에 대한 선입견이 아주 잘못되어 있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아주 없애버릴까 싶기도 했지만, 제가 썼던 것은 틀림이 없으니 그대로 올려서 많은 꾸지람을 받도록 하기로 했습니다.

  ‘아랫쪽, 어렵쟎은, 으젓한, 없읍니다, 있읍니다, 복종하겠읍니다, 체 하던등은 아마도 당시의 표기를 따랐던 것으로 보이고, ‘이조 시대라는 표현도 옳지 못한 표현이지만 당시에는 보편적으로 쓰이던 말이어서 무의식적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불그락푸르락은 아마도 필자의 잘못된 표기이지 싶습니다.

  ‘권자를 차지하기도 한다, 양처를 얻는 자는 철학자가 될 것이다권좌를 차지하기도 한다, 악처를 얻는 자는 철학자가 될 것이다의 잘못인 바, 편집상의 오류가 아닐까 싶습니다.


☆女子論 (이웅재 칼럼⑧, 국배판 월간 『스포츠 한국』72년 10월호, pp.78~79.).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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