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亂打), 1. 상식을 벗어 던지다
이 웅 재
나는 방 안에 있다. 너는 방 밖에 있다. 그가 방 밖에서 안으로 이동한다.
내가 말했다. “그가 방 안으로 들어왔어.”
네가 말했다.
“그가 방 안으로 들어갔어.”
그의 행동은 한 가지인데, 나와 네가 서로 반대로 말하고 있었다. “들어왔어”, “들어갔어”. 그건 내가 방 안에 있었고, 네가 방 밖에 있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어느 쪽에서 보았느냐 하는 문제 때문에 그토록 달라지는 견해가 성립되었다는 말이다. 관점이 달라서 견해가 달라졌다는 얘기이다.
모든 것이 다 악기가 되었다. 생활 속의 모든 것들이 악기, 그 중에서도 주로 타악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공연이 ‘NANTA’였다. 인간생활의 세 가지 축이라 할 수 있는 의식주 생활, 그 가운데 식(食)의 공간인 주방을 무대로 하여, 한국의 전통 가락인 사물놀이 리듬을 소재로 코믹하게 드라마화한 비언어극(Non-verbal performance)이 ‘난타’였다. 한 마디로 상식을 뛰어넘은 발상에서 출발한 것, 새로운 관점에서 시작한 것이 바로 ‘난타’였다. ‘난타’는 정말 ‘亂打’였다.
2005년 10월 14일에 개관한 성남아트센터는 우리집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에 있었지만, 나는 을유년이 마지막으로 가고 있는 12월 30일에야 처음 으로 가 보게 되었다. 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는 깨끗했다. 무대 정면에는 ‘NANTA’라 쓰인 스크린이, 그리고 그 좌측에는 천하대장군이 버티고 서 있었다. 좌석 아래의 바닥은 원목으로 된 마루였다. 준공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무 냄새가 아주 싱그러웠다. 전체 1,804석의 객석은 대부분 관람객들로 메워졌다.
공연시간인 17:00시가 되자 정면 스크린에 활자가 뜬다.
사진 촬영 금지
Video 촬영 금지…
날카로운 칼
펄펄 끓는 기름…
…따라 하지 마세요.
매우 위험합니다.…
박수 시작!
함성 시작! 우우.
더 크게.
남자 분들만!
박수와 함성을 동시에…
(관객들이 자막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하 같음.)
오늘은 난타 주방장의 생일입니다.
하나/둘/셋
생일 축하합니다….
아주 훌륭한 관객이십니다.
공연이 곧 시작됩니다.
화장실 가신 분들, 빨리 들어오세요….
드디어 배우 세 명이 호롱불을 들고 무대에 등장한다. 요리사들이다. 그 중 여자요리사가 함지박 같은 곳에 물을 부은 다음 그 위에 바가지를 엎어놓고 방망이 두 개로 치기 시작한다. 처음엔 조용조용히, 차츰 세게, 다른 요리사들의 북, 징, 꽹과리가 함께 어울린다. 무대가 밝아지며 소리가 왼쪽으로 이동하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옮겨간다. 거기에 춤이 따르기 시작한다. 모두 주방으로 간다. 조리대는 넷, 양 옆으로도 용도가 분명치 않은 탁자 2개가 놓여 있다. 물통, 플라스틱 통, 징 등을 이용해 리드미컬하게 소리를 낸다.
한쪽 요리사가 음식재료들을 던진다. 그걸 다른 요리사가 프라이팬으로 받는다. 매니저가 나온다. 호박을 던진 게 그의 머리에 박힌다. 음식재료들을 치고받고 하던 요리사들 매니저 머리에 박힌 호박을 빼느라 애를 쓴다. 호박이 빠지며 벌러덩! 관객 중에서도 아이들은 신이 나서 깔깔댄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공연으로서의 진면목을 보이는 것이다.
매니저, 머리를 쓸어 올리며, 왼쪽 다리를 찔끔! 벌리면서 액! 소리를 낸다. 이런 동작은 하나의 관습적 동작으로 그 동작이 나올 적마다 사람들은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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