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기

난타(亂打), 3. 마음 속 응어리들을 다시 주워가지고

거북이3 2006. 2. 25. 14:23
 

난타(亂打), 3. 마음 속 응어리들을 다시 주워가지고

 매니저가 소리 지른다. ‘청소~~!’ 그래서 시작된 청소, 그러나 거기서도 서로 치고받고 쌈박질이다. 빗자루, 주방기구, 막대기…, 온갖 것이 다 등장하여 무기 역할을 한다. 좋아하는 섹시가이를 못살게 하는 놈을 여자요리사가 끌고가다가 쓰레기통에 처박는다. 에구, 저런! 엉덩이가 처박혀서 빠지지를 않게 되었다. 나오려고나오려고 애를 쓰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아이들까지도 함께 용을 쓰게 만들면서, 간신히 빠져나와서는 관객을 향해 박수를 치란다.

 여기서부터는 박수치기로 레퍼토리가 바뀐다. 쿵따, 쿵따, 쿵쿵따. 쿵쿵따, 쿵쿵따, 쿵쿵따따….쿵쿵 소리는 마룻바닥을 발로 치는 소리요, 따따는 박수소리다. 마룻바닥을 치는 관객들의 소리까지도 난타 공연의 일부로 수용되고 있었다.

 그 소리들은 요리사의 지시에 따라 온갖 방법으로 변형이 된다. 응원 때의 박수소리를 닮기도 하고, 관객을 두 편으로 나눠 ‘반은~~’하고 제 지시를 따르라는 것인데, 원래가 비언어극이라서 의사 전달이 잘 안 되어 요리사와 관객 간에 조화가 깨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도 실은 의도적인 불협화음이다. 해서 그것은 해학으로 변형되고, 그 해학은 때로는 약간의 비판성을 내포하고 있는 골계로 바뀌고, 또 때로는 강한 비판성을 지닌 풍자로까지 발전한다.

 장면이 바뀌어 요리사는 술병을 꺼내가지고 신나게 술 마시는 흉내를 낸다. 이때 매니저가 등장한다. 술병은 쓰레기통 속으로 감춰진다. 매니저가 쓰레기통을 보려고 하자 아까 엉덩이가 끼었던 형태로 쓰레기통에 엉덩이를 박아버린다. 그래도 매니저가 포기하지 않고 요리사를 끌어내고 쓰레기통에서 술병을 꺼내자, 요리사가 그걸 얼른 낚아챈다. 그리고는 신문지로 둘둘 만다. 둘둘 말았던 신문지를 꽉 쥐어 뭉개는데, 저런! 술병이 없어졌다. 마술이었다. 매니저도 붉은 수건을 꺼내더니 순식간에 쇠막대기를 바꿔버리는 마술로 화답한다.

 다시 조리대로 모든 요리사들이 모이더니 두 패로 나뉘어 요리 만들기 내기를 한다. 누가 빨리 만드나? 만든 음식을 번갈아가며 가지고 무대 앞쪽으로 나와 ‘하나~’, ‘둘~’ 하며 박수를 치란다. 한참 그러더니 각각 관중석으로 들어와 남녀 각각 한 명씩을 끌고 올라간다. 관객이 함께 하는 장면이 또다시 등장하는 것이다. 무대로 올라간 관객들은 요리사가 시키는 대로 훌륭하게 연기를 소화해내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매니저가 들어가자,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요리사 전부가 태업에 돌입한다. 몽땅 무대 뒤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러니 남아있는 사람은 끌려 나갔던 관객 네 명뿐. 어찌해야할 바를 몰라 하는 관객배우들의 모습 또한 객석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구경거리였다. 매니저가 다시 등장하여 그 모습을 보고 소리소리 질러 야단을 치니까 도망갔던 요리사들이 잽싸게 나온다.

 관객배우는 들어가고 가스레인지를 끌고 와서 뚜껑을 확 여니까 축하용 케이크가 솟아오르며 그 아래쪽으로는 ‘congratulation!’이란 영문 글귀가 나타난다. 모두가 모여 삼각대에 장착해 놓은 사진기에 타임을 걸어놓고 함께 모여 ‘김치~’ 하며 사진을 찍고 나자, 장면이 바뀌면서 음식을 네 개의 식탁에 나눠놓고 하나하나 보여주더니, ‘백년해로’라 쓰인 깃발을 펄럭인다. 그 뒤쪽에는 ‘Happy Wedding’이라고 씌어있었다. 어둠 속 무대에 청사초롱이 등장하고, 매니저가 손나팔을 불자 요리사들은 어느새 농악대로 변신하여 상모(象毛)를 돌린다. 장면은 바뀌어, 좌우로 달려 있는 북을 열정적 몸짓으로 치고 있는, 흔히 보던 모습을 패러디한 플라스틱 물통들을 요란하게 치고 있는 모습으로 바뀐다. 뒤쪽으로는 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마지막 장면이 이어진다. 간장, 고추장, Sugar, SALT, Pepper 등의 이름이 씌어있는 커다란 통들을 그저 아무렇게나 마구 두드리듯 난타한다. 그 소리를 따라 모든 관객들의 마음 속에 뭉쳐 있던 답답하고 꽉 막혔던 응어리들이 뻥! 뚫리고 있었다.

 그 맺혀 있던 응어리들은 동글동글한 플라스틱 공으로 형상화되어 배우들에 의해 관객석으로 이리저리 뿌려진다. 잠시 관중석은 어수선해진다. 그 공들을 줍기 위해서…. 사람들의 욕심이란 그런 것이다. 그렇게 관객들은 다시 마음 속 응어리들을 주워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곤 언젠가 다시 그 마음 속 응어리들을 속 시원히 풀어버리기 위해 난타 공연을 보고 싶어할 것이다.


 1997년 10월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초연을 가진 이래 국내외 관객 200만을 돌파한 난타는, 2003년 9월 25일, 아시아 최초로 꿈에도 그리던 브로드웨이 무대에 섰다고 한다. 그 후 미국, 일본, 이태리, 독일, 홍콩 등 20개국이 넘는 세계 각국에서의 순회공연을 통해 국제적인 감각을 길러온 난타는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물로 자리잡았단다. Performance, Musical, Cinema의 이니셜을 딴 (주)PMC의 대표 송승환 씨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