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56. 꿈속에 왕자.hwp
(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56)
꿈속에 왕자나 공주가 나타날 것만 같은 느낌의 Glacier Park Lodge
이 웅 재
4월 22일(금). 맑음.
8:50경 호텔에서 출발하다. 한참을 달리다가 보니 오른쪽으로 Minnewanka 호수가 나타난다. Minnewanka는 ‘영혼’이라는 뜻이란다. 곧 이 호수는 '죽은 자들의 영혼이 만나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닌다는 것인데, 왜 그런 뜻을 지녔을까? 이 호수는 밴프 국립공원 내에서 가장 큰 호수로 호수의 길이가 24km나 되는 호수요, 유일하게 인공호수라고도 하는데, 아마도 철도 부설이라든가 기타 많은 초창기의 개발 사업으로 인하여 죽은 영혼들을 위무하기 위하여 이 호수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호수를 덮었던 눈은 부분적으로 녹아서 호수를 에워싸고 있는 숲의 모습이 수면에 비치기도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얼어붙은 채로 눈에 덮여 있었다.
근처에는 산양 4마리가 차도를 막고 있어서 한 동안 멈춰 서서 기다리기도 했는데, 가만히 보니 놈들도 나름대로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들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우선 한 마리가 사주경계를 하고 나머지 놈들이 차도를 가로질러 반대편 산으로 한 마리씩 이동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른 놈들이 완전히 이동한 것을 확인한 후에야 그 망을 보던 놈이 마지막으로 그들을 뒤따라가고 있었다.
저 멀리 계곡 사이로 호수가 시작되는 데에서부터 무언가 검은 점이 우리 쪽으로 계속 움직이고 있기에 자세히 보았더니, 호수를 가로질러 스키를 타는 사람이었다. 스키는 산에 가서 타지 왜 여기서 타는 걸까? 평지에서 연습을 하려고? 그런데 솜씨를 보니까 연습이나 할 정도의 초보적 기술은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저쪽 산에서 실컷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일까?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지금은 아직 아침시간인 것이다. 그 사람은 우리에게 궁금증만 남겨놓고는 호수에서 사라졌다. 혹시 죽은 자의 영혼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도로변 호수 옆으로는 보트를 탈 수 있는 선착장도 있었으나 지금은 사람의 그림자 하나 없었다. 호수를 구경한 다음 우리는 다시 마을로 가서 기름을 채웠는데, 이곳에서는 Canadian Card 이외의 카드는 받지 않아서 할 수 없이 현찰을 내어야했다. 고속도로로 진입을 하였더니, 이곳에는 도로 옆쪽의 눈들이 벌써 다 녹아버린 상태였다.
지난 번 피자로 점심을 때웠던 산속의 Costco가 있는 마을의 외곽도로를 지나가노라니 사슴 6마리가 오른쪽 산비탈에서 햇볕을 쐬고 있어서 서행을 하면서 놈들을 눈 안에 집어넣느라고 바빴다. 그곳을 지난 다음에는 신나게 속도를 달리고 있었는데, 앞차 몇 대가 갑자기 속력을 늦추어서 무슨 일인가 하면서 함께 저속으로 달렸다. 그런데 우리 뒤를 쫓아오던 차가 갑자기 우리차를 추월하여 달리더니, 아뿔싸, 경찰에게 덜컥 잡히지를 않는가? 순간적으로 속도 계기판을 보았더니 97km, 이곳의 제한속도는 90km라서 ‘걸렸구나!’ 생각했으나 다행히 우리 차는 무사했다. 다시 한 번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은 계속 찝찝했다.
그런대로 2-300$를 벌었다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달리다 보니 계곡물이 빨간 곳도 나왔다. 물뿐만이 아니라 물속의 돌멩이들도 빨갛게 보였다. 근처의 산에는 스키를 탄 자국들도 많이 보였다. 조금 더 가니 ‘Glacier Park Lodge’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세계적 수준의 hiking 과 skiing하는 사람들이 주로 숙박하는 곳이다. Lodge(山幕)은 동화 속 건물들처럼 빨간색의 예쁘고 아기자기한 모습이었다. 저런 곳에서 잠을 자면 꿈속에 왕자나 공주가 나타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주책은 주책이지 싶었다. 이 나이에 왕자를 만나면 어쩔 것이고, 공주를 만난다 한들 별다른 감흥이 일어날 것도 아니지 않은가?
지난번 지나왔던 대륙 횡단 철도의 Last Spike를 박았던 Eagle Pass를 좀 지나서 오른쪽의 큰 호수는 이제 다 녹아서 유람선도 다니는 듯하고, 왼쪽의 바위 절벽들도 눈이 녹아내리는 바람에 모두가 젖어 있었다. 호수 가운데에는 낚싯배도 보인다. Mara Lake 근처에는 목장도 있어서 양, 말, 소 들이 여유롭게 노니는 모습도 볼 수가 있었고, Marble Lake가 있는 마을에서는 기름도 넣고 그곳의 벼룩시장(People's Choice Market Place) 구경도 하였다. 한쪽에는 Garage(자동차 정비공장)도 주욱 들어서 있고, 그 반대편으로 호수가 있는 쪽이 바로 People's Choice Market Place로 온갖 공구, 여러 가지 종류의 토속적 감각이 물씬 풍기는 여러 가지의 그릇 종류, 그리고 중고 완구 제품이나 헌 옷가지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주위에는 봄기운이 물씬 묻어나는 푸른 초원이 펼쳐진 가운데 군데군데 트랙터로 갈아놓은 거무스름한 빛깔의 밭 흙이 기름진 땅이라는 것을 자랑한다. 근처의 야산에도 이제는 약간씩만 눈이 쌓여있을 뿐 가는 곳마다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대단위의 목재공장도 눈에 띤다. 목재만 팔아도 200년은 너끈히 살 수 있다는 캐나다이니, 목공업이 특히 발달했을 것임은 불문가지. 우리는 캐나다 중부 고속도로의 교통의 요지, ‘두 강(north and south)이 합친다’는 뜻을 가진 Kamloops로 향했다. 루비 사파이어 등 보석의 생산지이기도 하며 인삼 재배도 많이 하고 있는 곳이다. 오른쪽으로는 호수와 꽃시장이, 그리고 왼편으로는 포도밭이 잇달아 펼쳐져 있었다.
Oyama lake를 지나 Kelowna시(市)로 들어갔다. 이곳은 특히 Okanacan lake의 호수공원이 볼만했다. 멋진 조형물, 수많은 요트, 그리고 호수를 자유로이 왕래하는 오리들을 구경하고, 한국인 종업원이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다음 서둘러 Mission Hill Winery로 갔다. 저물녘의 Winery는 문을 닫기 직전이었다. 석양을 받고 서 있는 건물이 인상적이었다. 거기서 우리는 포도주 4병과 나무 도마를 하나 샀다. 그리고는 가로등도 없는 밤길을 서둘러 2시간 정도 Osoyoos(오소이유스) Lake 변을 달려 우리의 단골인 Best Western Hotel에 도착하여 피곤한 몸을 편히 뉘었다. (2012.4.5. 원고지 16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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