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57[大尾]. 미국 .hwp
(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57)[大尾]
미국 입국심사대에서 40분 동안이나 억류되다
이 웅 재
4월 23일(토). 맑음.
오늘은 미국으로 가는 날이다. 9:30경인가 미국 입국을 하려는데, 느닷없이 우리를 사무실로 끌고 가는 것이었다. 사위가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I-94(입/출국 기록증)가 없다는 것이었다. 미국 입국 공항에서 입국 심사관에게 제출했다가 다시 받아야 하는 명함 크기보다 조금 더 큰 흰색 쪽지인데 심사관은 그것을 우리에게 되돌려주지를 않았었다.
가끔 그처럼 실수하는 일이 있다고도 하지만, 나중 알고 보니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무척 중요한 것이란다. 어쩔 것인가? 사위가 미국 영사관에 한참 동안이나 전화 통화를 하고 난 후, 입국 심사관과 또 한 동안 얘기하더니, 어쩌다가 받지 못하는 수도 있기는 하다고 알았으니까 그냥 가라고 한다. “I’m sorry.”도 없었다. 역시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는 무비자 입국을 했던 것인데, 무비자 입국자에 대하여는 I-94가 없어도 된다고 한다. 큰 공항에서라면 그런 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이렇게 국경이 맞닿아 있는 조그만 출입국심사대 사람들이라서 규정이 바뀐 것도 몰랐던 모양이다.
하여튼 캐나다로 나갈 때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미국으로 들어갈 때에만 꼭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미국이란 나라는 그처럼 외국 사람들에 대하여 까다롭게 구는 나라였다. 하기야 불법체류자 문제가 심각한 나라이다 보니까 그렇겠지만, 새로 바뀐 규정이라도 제대로 알고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말하자면 그들은 직무유기를 한 셈이 아닌가? 그렇게 우리는 미국 재입국을 위하여 약40분간이나 억류당해 있어야만 하였다. 기분이 영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근처 국경지역에 있는 세차장에서는 세차를 하고 가라고(car wash) 데모라도 하듯 팻말을 들고 유객행위를 하고 있지 않은가? 처음에는 그 세차장하고 짜고서 공연히 붙잡아두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해보았으나, 여기는 미국이었다.
근처에는 덤불나무가 많았고, 국화꽃 비슷하게 생긴 꽃들이 다발을 이루어서 뭉텅이를 이루면서 피어 있었다. 그 아름다운 꽃들을 보니까 가끔 가다가 조금씩은 마음에 안 드는 일들도 일어날 수가 있기는 하지만 세상은 역시 아름다운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우리는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하느라고 제한속도를 어겨가면서, 속으로는 이건 너희들이 이렇게 달리도록 만든 거야, 하는 생각을 하면서 부지런히 달려서 우리의 마지막 탐방지인 Leavenworth Village로 갔다.
이 도시는 한때 번성한 도시였으나 1960년대로 들어서면서 잘 나가던 철도회사가 마을에서 철수하면서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주민들은 마을을 재건하기 위하여 독일풍의 마을로 리모델링을 한 것이란다. 그래서 지금은 독일인마을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기실 독일인들은 별로 없다. 모든 건물들과 그리고 그 건물들의 내부 장식까지도 완전히 독일풍이라서 차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유명 관광지의 하나가 된 곳이다. 왜 하필이면 독일이었을까? 인근 캐나다에는 특히 영국과 프랑스풍의 도시들이 많다 보니 특화를 위해서 독일 풍을 선택한 것은 매우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보인다.
거리를 순환하는 빨간 셔틀버스도 있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마차도 있으며, 뾰족지붕으로 한껏 멋을 내고, 한때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라의 하나라는 면모를 보이기도 하는 호전적인 실내장식도 볼거리 중의 하나였다. 어떤 가게를 둘러보던 종한 이가 물었다.
“여긴 왜 칼 같은 게 많아?”
“옛날에 독일 사람들이, 우리 민족이 최고야, 다른 나라 사람들 감히 독일을 넘보다간 큰코다쳐! 하고 큰소리치던 모습을 보여주는 거지.”
날씨는 비교적 포근하여 이 거리 저 거리를 두루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다가, 다리가 아플 때에는 가게 앞쪽에 놓여있는 의자에서 쉬기도 하면서 독일마을의 분위기에 흠뻑 젖어 보았다. 마을은 사방의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한복판, 전형적인 분지에 자리 잡고 있었다. 따라서 한 곳에 오붓이 몰려 있는 느낌이 드는 안정적인 마을이었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작은 광장이 있었다. 이 광장에서는 독일인 마을만의 독특한 여러 가지 행사가 치러지고 있어, 이곳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였는데, 우리가 찾아갔을 때에는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서 조금은 서운했다. 모처럼 독일식 음식이나 먹어보자고 찾아들어간 곳은 비교적 한산한 곳이었다. 아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간 시간이라서 그런 모양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그 동안 우리가 먹어본 음식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니 미국, 중국, 일본, 한국, 태국, 베트남, 멕시코, 독일, 인도 등 모두 9개국의 음식이었다.
식사 후 Seattle로 가는 길에는 전혀 눈이 보이질 않았다. Marrying Hotel 552호실과 554호실에 투숙을 하니, 두 방은 가운데에 문이 있어 서로 통하는 방이었다. 돌아다니느라고 술을 판매하는 곳엘 들를 시간이 없어서 따로 마실 술이 없는 우리는 에라, 모르겠다, 서울까지 가지고 오려고 했던 와인을 꺼내어 함께 맛있게 마시면서 미국에서의 마지막 밤을 푸근하게 보냈다.
4월 24일(일) 맑음.
귀국일이다. 서울행 비행기에 오르는데 임서 방이 내게 USB를 건넨다. 그 동안 가는 곳마다 내가 메모했던 수첩 4권과 이 USB에 담겨 있는 사진이 앞으로 나의 ‘미국․ 캐나다 문화체험기’를 출산하게 해줄 것이다. (2012.4.6. 원고지 1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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